배달업계가 세법에 명시된 소액부징수(少額不徵收·원천징수세액이 너무 적으면 원천징수를 면제)를 악용하는 일부 플랫폼 업체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정당하게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업체들은 배달 라이더를 경쟁사에 빼앗겨 아우성인데, 국세청은 법적으론 문제가 안된다며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인도에서 대기하고 있는 배달 오토바이들./ 연합뉴스

12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플랫폼 종사자 고용보험 관련 간담회에서 한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 대표는 "소액부징수 방식으로 라이더를 빼 가는 행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 달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 간담회는 올해 시행되는 배달 라이더 고용보험 의무 가입에 대한 안내 목적으로 마련 됐다. 이 자리에선 소득 신고를 투명하게 하는 회사들이 피해를 보는 역차별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소액부징수는 소득세법상 원천징수세액이 1000원 미만이면 세금을 징수하지 않는 제도다. 세액이 너무 적어 징수 비용이 더 드는 경우 효율성 측면에서 세금을 안 걷는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를 들어 프리랜서가 1만원을 벌었다면 사업소득에 3.3%를 원천징수 해야 하는데 세액이 330원 밖에 안되므로 원천징수 의무를 면제해준다.

그런데 현행법에는 소액부징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시점이 상세하게 나와있지 않다. 월 급여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건별 수수료 기준 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건별로 4000원의 수수료를 받아 한달에 평균 300만원을 버는 라이더는 월별 기준으로는 원천징수세액이 9만9000원이어서 소액부징수에 해당하지 않지만 건별로는 132원에 불과해서 소액부징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이 입맛에 맞게 자의적으로 해석할 소지가 있다.

건별로 소액부징수에 해당한다고 해도 연간 소득이 일정금액 이상이면 결국 사업소득세를 내야 한다. 배달 라이더와 같은 개인사업자는 1년에 한번씩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때 안낸 사업소득세를 한번에 내면 된다.

문제는 소액부징수에 해당해 소득세 원천징수를 하지 않은 라이더가 종합소득세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다. 이 경우 라이더의 소득이 완전히 누락된다. 연간 소득이 억 단위가 되지 않는 이상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정부는 현재 전국에 배달대행업체가 몇 개인지 라이더는 몇 명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고, 생각대로, 메쉬코리아 등 대형 배달대행 플랫폼은 프로그램 사용 계약을 맺은 배달대행업체와 라이더들에게 건별 수수료에 대해 원천징수를 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국세청이 추후 소액부징수에 대한 법률 해석을 엄격하게 할 수 있으므로 아예 보수적으로 접근해 세금 탈루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때 라이더는 4000원에서 3.3%를 뗀 금액을 수수료로 받게 되므로 원천징수를 안하는 업체들이 돈을 더 많이 준다고 판단할 수 있다. 국내 한 배달대행 플랫폼의 관계자는 "안그래도 배달 라이더 구인난이 심한데, 당장 계좌에 입금되는 수수료만 보고 100~200원이라도 더 주는 업체로 갈아타겠다고 항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국세청은 문제가 없다며 방관하고 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 예규에 따르면 지급건별로 소액부징수를 판단하는 사례에는 문제는 없다"며 "소득세법상 사업주가 원천징수 의무를 면제 받더라도 지급명세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고, 라이더는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소득 자체가 누락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재이 세무법인 굿택스 세무사는 "규모가 작은 배달대행업체 중에 원천징수를 아예 누락하는 사례가 많은데, 지금은 국세청에서 대대적인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향후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소득 지급 자료가 나오면 업체들이나 라이더들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천징수를 독려할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플랫폼 노동자에게 맞는 세법 규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