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스 분야의 구글과 같은 존재가 되겠다.'
위메프는 지난 13일 소셜커머스에서 '메타쇼핑 플랫폼'으로 전환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썼다. 이 보도자료는 지난 2월 취임한 하송 대표가 마지막까지 첨삭을 할 정도로 신경 쓴 것으로 알려졌다. '커머스 분야의 구글'이란 말은 사실상 하 대표의 포부나 다름없다.
전자상거래 업체인 위메프가 왜 갑자기 구글이 되겠다는 것일까. 메타쇼핑 플랫폼이란 청사진에 그 이유가 담겨있다. 메타쇼핑 플랫폼이란 메타데이터(방대한 데이터를 체계화한 것)를 활용한 쇼핑 플랫폼을 말한다. 쇼핑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온라인에서 수집한 뒤 고객 요구에 맞게 편집해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커머스 분야의 검색 포털을 자처했다.
위메프의 변화는 검색 화면에서 드러난다. 기존 위메프 홈페이지와 앱에서 '쿠션 팩트'를 검색하면 제품을 등록한 사업자의 상품이 모두 나왔다. 소비자가 ▲낮은 가격순 ▲판매량순 ▲리뷰많은순 등 노출 순위를 재조정해 상품의 상세 구성을 확인해야 했다. 소비자들이 상품을 더 많이 보유한 네이버, 쿠팡을 두고 위메프를 선택할 유인이 적었다.
13일 이후에는 '상품비교' 탭이 새로 생겼다. 위메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됐거나 팔린 어퓨와 끌레드벨 쿠션 팩트 2개의 상품명, 가격, 구매건수, 별점, 용량, 부가기능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비교한 표가 나온다. 밑으로 내려가면 인기 브랜드별 상품 비교, 요즘 인기있는 쿠션 팩트 순위, 광이 나는 타입·매트(건조한 표현)한 타입 등 세분화한 종류별 쿠션 팩트 순위가 노출된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만난 김대성 개발본부장은 메타쇼핑 플랫폼을 구현하기 위해 7억개에 달하는 온라인 상품 정보를 저장하는 데이터 레이크(댐)을 구축하고, 이 정보를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기법으로 분석해 고객에게 필요한 내용을 뽑아주는 검색Ai 솔루션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7억개는 국내 최대 커머스 사업자인 네이버가 보유한 상품 정보 수(10억개)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다.
김 본부장은 "많은 데이터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뒤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상품 정보를 최대한 모았고 현재도 봇(정보를 수집하는 로봇들)들이 수집중"이라며 "네이버, 구글은 검색어에 관한 모든 정보를 보여주지만 위메프는 오직 커머스에 관련한 정보만 수집해서 보여준다"고 말했다. 네이버에서 나이키를 검색하면 동명의 노래부터 주가, 나라별 명칭까지 모든 정보가 나오지만 위메프에선 모델명, 가격, 사이즈 등 철저히 상품 정보만 나온다.
상품 정보가 많을수록 위메프 고객에게 제공하는 추천 서비스가 정교해 진다. 세상에 1000개의 상품이 있고 그중에 100개만 위메프에서 판매 된다고 해도 나머지 900개 상품 정보를 인터넷에서 수집해 분석하는 방식으로 요즘 고객들은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네이버와 쿠팡엔 없는 위메프의 상품 큐레이션(주제별로 편집해 보여주는 것) 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위메프가 온라인상 상품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상품을 제조·유통한 브랜드와 제휴를 통해 정보를 제공 받거나, 해당 업체의 서비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로봇이 수집하는 크롤링(crawling·인터넷 상의 각종 정보를 자동화된 방법으로 수집하고 분류하는 기술) 방식을 이용한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와 고객의 위메프 애플리케이션(앱) 방문 기록을 토대로 화면에 무엇을 먼저 노출할 지를 결정한다.
김 본부장은 "고객이 위메프 앱에서 똑같이 나이키를 검색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골프 제품을 사고 싶을 수 있고, 누군가는 후드티를 생각했을 수 있다"며 "성별이나 과거 구매 경험을 토대로 우리가 생각한 최적의 검색 화면을 보여주고 구매 결정, 체류시간 등으로 고객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체계화 해나간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고객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검색 화면을 제시하는 개인화 추천까지 하는 게 개발본부의 숙제다.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매출이나 고객 체류시간 같은 정량적인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김 본부장은 "현재의 목표는 국내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수집을 한 이후에 분석하기까지 짧게는 4~5시간, 길게는 8시간이 걸리는데 이 속도를 단축하는 것, 그리고 서비스 오류가 없게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2018년 위메프에 합류한 김 본부장은 네이버 출신이다. 개발자 구인난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위메프 개발자로서의 장점을 묻자 "7억개의 데이터는 어떤 개발자는 평생 다뤄볼 수도 없는 양"이라며 "이런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레이크(댐)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구현하고 유지보수 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는 건 위메프의 자랑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하송號 위메프의 파격...최저 수수료 도입·한때 적(敵)과도 손잡아
위메프가 상징과도 같았던 '소셜커머스'라는 간판을 떼기로 한 것은 전자상거래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국내 시장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NAVER(035420))와 쿠팡의 2강 체제가 공고해진 가운데 이마트(139480)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대기업 자본 중심으로 재편됐다. 한때 쿠팡과 소셜커머스 3강 시대를 열었던 위메프와 티몬 모두 외형 확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의 오픈마켓 모델로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란 위기감이 크다.
올해 2월 하송 대표가 취임한 후 위메프가 내놓은 정책을 보면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것들이 많다. 지난 4월 신규 등록업체를 대상으로 업계 최저인 2.9% 수수료를 적용했다. 기존 오픈마켓 사업자들에게 판매 상품별로 차등해 10% 안팎의 수수료를 매기던 것에서 2.9%의 정률 수수료로 바꿨다.
이달 21일부터는 위메프 홈페이지와 앱에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를 무료로 노출해주는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 직접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쟁사 앱으로 바로 연결되는 메뉴를 메인에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