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 전기료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A씨는 15평(49㎡) 점포를 24시간 운영중이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라 하루 평균 300만~400만원을 벌지만 한 달에 남는 돈은 수백만원 남짓이다.

한 달 1억여 원의 매출을 올려도 원가(제품 사오는 값) 등을 제외하고 남는 돈은 1000만원도 안된다는 게 A씨 설명이다. 여기서 전기료와 아르바이트 직원 인건비 등을 내야 한다.

한국전력은 내년 4월 이후 전기료를 현행 kWh(킬로와트시)당 111원 수준에서 10.6%(11.8원) 올린다고 밝혔다.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은 5% 오른 9160원이다. A씨는 “코로나로 힘든데 전기료와 최저임금까지 오르고 있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10월 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편의점이 임시 휴업으로 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전기료와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전국 5만여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들 사이에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로 유동 인구가 줄며 타격을 입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기료와 최저임금 부담까지 가중됐다는 것이다. 일부 점포들은 운영을 포기하고 있다.

편의점 점주들은 전체 매출에서 원가를 뺀 돈을 손에 쥔다. 여기서 고정비로 전기료와 인건비를 내고 본사에 일정 비율 수수료를 지불한다.

서울 강남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B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손님이 줄어 직접 일하며 인건비를 메꾸고 있는데 남는 게 별로 없다”며 “이러다 다 죽을 것 같다”고 했다.

편의점 본사는 그동안 24시간 운영 점포에 대한 전기료 지원 등을 해왔으나 정부가 전기료 인상에 나서자 이 조항을 슬그머니 삭제했다.

업계 1위인 CU는 24시간 운영 가맹점에 매달 지원해 오던 전기료 30만~40만원을 내년부턴 없애기로 했다. CU 편의점주인 B씨는 “10평(33㎡) 규모에 100만원 미만 전기료가 나오고 매달 30만원쯤 지원받았다”며 “이 돈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고 했다.

CU는 월 최대 15만원의 신상품 지원금을 도입했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본사가 추천하는 신상품을 80% 이상 발주해야 받을 수 있어 재고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편의점들도 상생안을 내놓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평가다. 세븐일레븐은 점포 전기료의 50%를 지원하고 GS25는 매출 이익(매출-원가)의 5%를 영업장려금 명목으로 지원한다.

서울의 한 CU 편의점. /홍다영 기자

일각에선 무분별한 신규 출점이 편의점 업계의 타격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편의점은 초기 투자 비용이 다른 프랜차이즈보다 비교적 저렴해 퇴직자 등 자영업자가 몰리며 2000년대 이후 급성장했다. 그러나 최근엔 포화상태에 다다르며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점포는 2016년 3만3000곳에서 지난해 4만7500곳으로 늘었다. 국내 편의점 매출은 2016년 20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26조7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점포 성장률은 13.8%에서 6.7%로 반토막났고 매출 성장률은 18.2%에서 2.4%로 급감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 한 관계자는 “일본 편의점이 5만여 개인데 그보다 땅이 좁은 국내 편의점도 5만개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인구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개별 점포당 이익이 줄어들어도 본사는 수수료만 받으면 그만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해외는 점주들이 일정 부분 (매출을) 유지하도록 지원해주는데 국내 편의점은 부족한 것 같다”며 “전기료 지원 등도 일부만 해주고 있다”고 했다.

편의점 점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폐점을 알리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창업 6개월 만에 코로나가 발생해 손실이 만만치 않아 폐점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인 점포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폐점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