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가 서울옥션(063170)에 280억원을 투자해 주주가 됐다. 갤러리 운영에 집중해온 신세계는 최근 미술품 직접 판매에 뛰어드는 등 예술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투자로 미술품을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 경쟁사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29일 신세계(004170)는 서울옥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85만6767주를 280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혔다. 지분율은 4.82%다. 회사 측은 "전망이 유망한 미술품 시장 진출을 준비함과 동시에 안정적인 상품 소싱(구매)와 차별화된 아트 비즈니스를 선보이기 위해 이번 지분 투자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국내 백화점 4사(롯데·현대·갤러리아) 중에서 미술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다. 지난 1966년 국내 백화점 최초로 본점에 상설 전시장을 개관했고 현재 본점·광주·대구·센텀시티·대전에 갤러리를 운영중이다. 10여명의 큐레이터로 구성된 갤러리 담당 조직이 전시 기획부터 판매까지 총괄한다.
작년부턴 '아트 스페이스'라는 새로운 전시·판매 공간을 선보였다. 신세계 강남점 3층 명품 매장을 리뉴얼 하면서 곳곳에 예술작품 120여점을 채웠다. 판매공간에 갤러리가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한 것이다. 이곳엔 큐레이터가 상주하며 미술품을 직접 판매도 한다.
신세계는 올해 3월 사업목적에 '미술품 전시· 판매·중개·임대업 관련 컨설팅업'을 추가하며 예술 사업을 본격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8월에 개관한 대전 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에는 전망대와 미술관을 결합한 '디 아트 스페이스 193′을 열었다. 이 전망대엔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 설치미술가 올라푸르 엘리아손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최근에는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을 통한 온라인 판매도 진행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신세계백화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내에 아트 스페이스 카테고리를 만들어 온라인 판매를 본격 시작한다.
그동안 백화점이 브랜드의 격을 높이고 큰손 고객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미술품을 전시했다면 최근 직접 소장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신성장 동력의 하나로 예술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6월 미술품 판매 사업에 뛰어들었고, 8월 예술 마케팅 전담 조직 아트비즈실을 신설했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는 갤러리보다 백화점을 미술품 구입처로 더 친숙하게 느낀다.
국내 미술품 거래 시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거치며 전례없는 호황기에 진입했다. 양대 미술품 경매 회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상반기 낙찰총액은 각각 654억원, 61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총액을 넘었다.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주식, 부동산이 아닌 새로운 투자처를 찾다가 미술품에 새로 입문한 3040세대가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