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품으로 들어간 스타벅스코리아 이사회에 싱가포르투자청(GIC) 소속 기업 상장 전문가가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신세계그룹 주력 계열사 이마트(139480)와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이 각각 반씩 소유했던 합작법인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구조가 지난 7월 이마트 67.5%, GIC 32.5%로 바뀐데 따른 이사회 재편으로, GIC가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 전략을 가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GIC는 지난 9월 말 스타벅스코리아 이사회 기타비상무이사직에 윤도진 GIC 직접 투자 부문 부사장을 추천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상시적 업무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주요 사업 추진 등을 결정하는 사내이사다. 스타벅스코리아는 그동안 상근 사내이사만으로 이사회를 꾸려왔다. 기타비상무이사 이사회 선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GIC가 윤 부사장을 통한 스타벅스코리아 상장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두루 거친 윤도진 부사장은 GIC 내에서도 기업공개(IPO) 전문가로 꼽힌다. 세계 7대 국부펀드로 불리는 GIC는 지분을 되팔기보다 IPO 후 보유 주식 매각으로 투자 수익을 내는 전략을 주로 편다. 윤 부사장은 지난 10월 GIC가 투자한 여행·숙박 예약 플랫폼 야놀자 이사진에도 올라 증시 상장을 챙기고 있다.
GIC는 이마트와 스타벅스커피인터내셔널의 스타벅스코리아 지분(50%)을 인수할 때부터 상장을 염두에 뒀다. 이마트가 기존 지분 50%에 추가 17.5% 지분을 인수한 후 남은 32.5%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GIC는 이 과정에서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챙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분을 되팔기보다 상장 후 주식 매각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1999년 국내 1호점인 이화여대점을 열며 사업을 시작한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현재 전국 매장 1580개를 갖춘 국내 1위 커피 전문점으로 성장했다. 국내 시장 진출 17년 만인 지난 2016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매출 2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이사회 재편에 재무통을 선임하는 방식으로 GIC의 상장 압박에 대응하는 모양새다. 지난 4월 스타벅스코리아 사내이사에 올라 이마트의 지분 인수 작업을 주도한 형태준 신세계그룹 전략실 관리총괄 부사장을 내리고 강승협 이마트 지원본부장(상무)을 신규 선임했다. 강 본부장은 신세계그룹 전략실을 거쳐 이마트 지원본부 재무 부문을 책임진 ‘재무통’으로 불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와이번스 야구단 인수, 네이버 지분 맞교환, 이베이코리아 지분 인수 등 올해만 4조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한 만큼 이마트도 스타벅스코리아 상장을 통한 현금 확보를 원하고 있다”면서도 “당장 이마트가 그룹 통합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자회사 SSG닷컴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재편은 기존 미국 스타벅스 본사가 갖고 있던 지분을 GIC가 인수한 데 따른 것”이라면서 “상장과 관련해선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