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군마트(일명 PX) 납품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 교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업체와의 계약서 내용을 변경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조선비즈가 입수한 국군복지단의 '2022년 위·수탁거래 계약서 변경 내용 확인서'.

조선비즈가 입수한 국군복지단의 ‘2022년 위·수탁 거래 계약서 변경 내용 확인서’에 따르면 군은 납품업체에 시중 판매처 및 판매가가 변경됐을 시 통지를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해약 및 위약금 등의 제재를 내릴 수 있다고 통지했다.

특히 시중 가격 교란 행위 의심 제품으로 판단될 경우 그에 대한 소명서와 판매실적을 복지단에 제출해야 하고, 업체의 시중 판매 실적이 국군복지단 상위 20개소 매출액의 50%에 미달할 경우 동일한 제재를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위약금 산정 기준도 월 매출액에서 연 매출액으로 바꿔, 위약금을 전년 대비 최대 12배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국군복지단은 이 같은 계약을 근거로, 내년 상반기 중 시장 조사를 진행해 문제가 있는 업체에 대해선 적발하고 제재를 내릴 계획으로 전해졌다.

9월 27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영외 군 마트(PX)에서 군인 가족으로 추정되는 고객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앞서 본지는 다수의 화장품 업체가 초고가의 기획 상품을 출시한 뒤, 군에는 90% 이상 할인 가격으로 납품하겠다고 입찰에 참여하는 비정상적인 ‘PX 납품 실태’를 보도했다. 이 과정을 알선하는 브로커 업체가 성행하는 등 시장 질서를 흐리는 행위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PX 납품 비리를 문제로 지적했고, 서욱 국방부 장관은 “(납품 실태를) 확인하겠다”면서 “입찰 심사의 공정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대형마트를 방문해 자체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문제점을 확인한 뒤 국군복지단에 입찰제도 개선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PX 입찰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 부풀리기 문제에 대한 대책을 검토 중”이라면서 “PX 입찰 평가 시 할인율 반영 비율과 현장 가격 조사 개선 방향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군납업계는 국군복지단의 이번 입찰제도 개선 효과가 상당히 강력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브로커를 통한 허위 매출을 방지하고, 기획 상품의 가격 거품을 걷어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군납업체 관계자는 “일부 상품은 PX 매출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기도 한다”면서 “시장에서 정상적으로 판매되지 않는 상품은 납품하지 말라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변경된 계약서를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업체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동안 기획 상품을 만들어 군납해온 관행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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