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 CI. / KT&G 제공

국내 1위 담배 회사 KT&G(033780)가 미국 시장에서 담배 판매를 멈췄다. 규제 강화와 경쟁 심화에 따른 조치다. KT&G는 사업 조정을 위한 일시 중단이라는 설명이지만, 사실상 철수 수순에 든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KT&G는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궐련담배의 제조와 선적, 통관 및 현지 도매상에 대한 제품 판매를 14일부터 잠정 중단했다. 지난 1999년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지 약 22년 만이다.

KT&G가 미국 사업을 중단한 이유는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실적이 점차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KT&G의 미국법인 KT&G USA의 지난 3분기 매출은 293억원으로 전년 동기(584억원) 대비 50% 가까이 줄었다.

KT&G 관계자는 “미국에선 멘솔 담배 금지 입법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니코틴 저감 규제 강화로 인한 비용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면서 “시장 경쟁도 과열되면서 각종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크로 펀드 예치금 증가도 판매 중단 요인이 됐다. 에스크로 펀드는 담배 관련 소송이 발생하거나 판매 및 교육 프로그램 등에 사용하는 기금이지만, KT&G는 지난해 연간 매출(2463억원)에 맞먹는 2300억원을 냈다.

업계에서는 KT&G가 사실상 미국 시장 포기를 예정했다고 보고 있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KT&G는 미국 시장에서 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량을 끌어왔다”면서 “규제 비용을 빼면 남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T&G는 미국법인 KT&G USA를 그대로 두고 잠정 중단 조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내 궐련담배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등 전체 글로벌 사업 전략을 다시 들여다보기로 정했다. 다만 KT&G 측은 “철수 수순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날 KT&G 주가는 장중 한때 8만2700원까지 하락했다. 11시 25분 현재 전 거래일 대비 3.14% 떨어진 8만3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규제 관련 판관비 절감 효과가 있어 향후 주가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