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는 물건을 되팔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하고자 하는 수요를 연결하는 중고거래 플랫폼이 배송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대면 거래를 하거나 직접 물건을 포장해 보내야 하는 중고거래의 번거로움을 해소해 거래량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배송 시스템 구축이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2위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이달 포장택배 서비스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했다. 포장택배는 물품 픽업부터 포장 후 배송까지 중고거래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배송 솔루션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강남·서초 등 3구에 시범적으로 도입한 후 지난 8월 서울 11개구로, 이달 다시 서울 전역으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판매자가 장소를 지정해 물건을 내놓으면 번개장터 배송 기사가 물건을 수령한 뒤 직접 포장해 배송한다. 건당 가격이 5000원이지만, 대면 직거래가 주는 불편이 없고 판매자의 포장 배송 번거로움도 없어 재이용률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고객 편의성 향상이 핵심"이라며 "전국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기반 중고거래를 내세우며 누적 가입자 2200만명을 돌파한 당근마켓도 지난 4월 서울 송파구에서 '당근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4000원을 내면 판매자의 집 앞으로 배송 담당자가 직접 방문해 구매자 집 앞으로 물건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배송 담당자는 인근에 사는 동네 주민으로 당근배송 신청 시 다음 날 바로 물건을 찾아 배송한다.
업계에서는 배송 서비스가 중고거래 플랫폼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쉽고 빠른 배송이 소비자의 중고거래를 늘리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거래를 통한 100% 비대면 중고거래를 지향하는 헬로마켓은 택배 배송을 위해 CU, GS25 등 편의점이 운영하는 택배 서비스와 제휴를 진행하기도 했다.
배송이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배송 서비스 도입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성장했지만, 중고거래 플랫폼 입장에선 이렇다 할 수익구조가 없었다. 직접 결제 수수료, 앱 광고 등이 수익모델의 전부였다. 매년 3배 이상 이용자 수를 늘린 당근마켓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배송 서비스로 거래 수요를 늘리는 것만으로 중고거래 플랫폼 입장에선 이익이 될 수 있다"면서 "아울러 전자상거래 시장을 움직이는 동력 자체가 배송으로 변하고 있어 개인과 개인 간(C2C) 거래에만 멈춰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배송이 중고거래 플랫폼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번개장터는 최근 퀵서비스를 통한 배송으로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13일 '카카오T' 앱을 통한 당일 배송을 시작했다. 택시 호출처럼 출발지와 도착지를 설정하면 오토바이·차량·킥보드를 탄 기사가 와서 중고거래 물건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이재후 번개장터 대표는 "배송 문제로 중고거래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