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에 최종 인수된 배달의민족(배민)의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 배달이 줄 것이란 전망과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출혈 경쟁이 심해졌다는 우려가 무색하게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DH가 배민을 인수하기 위해 매물로 내놓았던 요기요의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9일 DH가 공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3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억6500만유로(2200억원)로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 DH는 "물류 관련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는데도 EBITDA가 개선됐다"며 "자체배달(OD·own-delivery) 서비스 출시에 따른 주문건수 증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배민의 주문 건수는 전년 대비 61% 늘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 확산해 외식이 어려웠던 작년보다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 전환이 이뤄진 올해 주문건수가 늘었다. 배민이 지난 6월 출시한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을 비롯한 OD 서비스 등록업체가 1월 1만8000개에서 9월 10만1000개로 9배 늘어난 영향이다.

배달의민족 라이더. / 우아한형제들 제공

OD 서비스는 배민이 주문부터 배달까지 한번에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배민은 그동안 고객이 주문하면 음식점과 라이더를 중개하는 주문중개(MP·market place) 모델에 집중했으나 6월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을 출시하면서 OD를 강화했다. OD는 플랫폼사가 주문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어 소비자가 음식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MP 모델 보다 단축되는 장점이 있다.

DH는 배민 앱을 방문한 활성 사용자 수(active users)가 요기요와 쿠팡이츠를 합한 것보다 2.3배 많았다고 밝혔다. 쿠팡이 지난 2019년 단건배달을 앞세운 쿠팡이츠를 출시한 뒤 할인 쿠폰을 대량으로 뿌리고 라이더에게도 높은 배달 수수료를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배민의 아성을 흔드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쿠팡이츠는 출범 이후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

배민이 배달 앱 1강 체제를 구축하게 된 건 가장 강력한 경쟁사인 요기요가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가 된 영향도 있었다. 요기요를 운영하던 DH가 지난 2019년 배민까지 인수하겠다고 하자, 공정위는 시장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는 매각하라"고 권고했다. DH는 올해 10월 최종적으로 요기요를 GS리테일(007070)과 사모펀드 컨소시엄에 팔았다.

공정위는 DH에 매각을 명령하며 요기요의 경쟁력을 깎거나 흡수·이전하는 행위를 전부 금지했다. 회원이나 배달원을 배민으로 옮겨선 안되고 갖고 있는 정보도 이전·공유하지 말고 음식점에서 받는 수수료율도 바꾸면 안된다고 했다. 공정위가 이런 행위를 주시하고 있는 만큼 DH가 요기요의 시장점유율을 배민에 몰아주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취하기는 어렵지만 소극적인 방식으론 가능하다. 대규모 마케팅을 하지 않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요기요는 지난해 EBITDA 47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는데, 마케팅 비용이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배민과 쿠팡이츠가 각종 프로모션을 제공하며 입점업체 모시기에 한창일 때 요기요는 빠른 배달 서비스인 요기요 익스프레스 중개 수수료를 오히려 인상했다. 배달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라이더 구인과 관련해서도 배민과 쿠팡이츠가 서울 강남 3구를 쟁탈하기 위해 높은 수수료는 물론 경품까지 내걸 때 요기요는 한발 물러나 있었다.

국내 배달업계의 한 관계자는 "배달 앱은 입점업체를 많이 확보해야 소비자 락인(lock in·가두기) 효과가 큰데 식당들은 신생회사보다는 오랫동안 안정정인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를 신뢰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코로나19로 배달 시장이 급성장하던 작년과 올해 요기요가 매각 이슈로 정체되면서 배민이 더 많은 입점업체를 확보해 사실상 1강(强) 체제를 구축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