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업계가 재활용을 넘어 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을 연달아 선보이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진 물건을 단순히 다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아예 새로운 물건으로 만들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069960)은 점포 11곳 외벽에 걸린 현수막을 가방으로 만들어 온라인몰에서 판매하고 있다. 정기 세일이나 가정의달 등 홍보 기간이 끝난 뒤 소각돼 버려지는 가로·세로 각 10m 크기의 대형 현수막 30여장(1톤 규모)을 수거해 제작했다. 현수막은 고온 세척·건조·코팅 과정을 거쳐 가방 겉감으로 사용된다. 가방 안감은 버려진 페트병을 활용한 원단으로 만들었으며 상품 정보와 가격이 적힌 택(tag)은 콩기름으로 내용을 인쇄한 재생 종이를 사용했다.
백화점 현수막을 소각하지 않고 가방으로 제작하며 2.3톤(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감축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현수막은 강풍·비·눈 등 날씨에 영향을 받는 외벽에 장기간 설치되는 만큼 내구성이 높고 생활 방수가 가능하다"며 "내년에는 전국 점포 16곳에서 연간 사용하고 폐기하는 현수막 100여 장(3t 규모)을 친환경 제품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칠성(005300)음료는 생수 페트병을 회수해 친환경 유니폼을 만들고 음료·주류 지점 145곳의 현장 직원 3000여 명에게 지급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와 협업해 제작했는데 유니폼 앞면에는 자원 순환의 의미를 담아 rPET(Recycled PET·재생 페트) 로고를 넣었다. 겨울철에 편하게 입고 활동할 수 있도록 신축성을 강조했다.
유니폼 1벌을 만드는 데 페트병 18개가 사용된다. 롯데칠성음료는 총 5만4000개 페트병을 사용해 707㎏ 규모의 플라스틱을 절감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지난달까지 페트병 6t을 수거했고 이를 활용해 에코백, 거래처 판촉물 등을 만들 계획"이라며 "석유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하이네켄코리아는 맥주를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로 다이어리를 만들었다. 나무를 베는 대신 버려지는 맥주 라벨지로 종이를 만든 것이다. 평소 일상에서 실천하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 없애기)를 기록하고 다이어리를 꾸밀 수 있도록 친환경 소재로 만든 스티커도 함께 구성했다. 다음 달 7일까지 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하고 소셜미디어(SNS)에 공유한 사람에게 추첨을 통해 다이어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하이네켄코리아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식사하고 운동하는 일상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패션·뷰티 업계의 업사이클링도 활발하다. LF(093050)는 온라인몰에 자연과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기여하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전문관(L:Earth)을 열고 트럭 덮개를 활용한 '프라이탁'의 가방 등을 판매한다. 프라이탁은 버려진 천막과 트럭 방수천을 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회사다. 어깨끈은 자동차 안전벨트로, 모서리 마감재는 자전거 고무 튜브로 만들어 세계 400여 개 매장에서 연간 30만개 이상의 가방을 판매한다. LF 관계자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제품과 브랜드를 소개하고 착한 소비 영향력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은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 분쇄물과 초고강도 콘크리트(UHPC)를 섞어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등의 매장 바닥재와 집기를 제작했다. 삼표그룹과 화장품 공병을 벤치로 만들어 종로구청에 기부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공병 1652개로 서강대 아트앤드테크놀로지학과와 예술 작품을 만들었는데, 자원 순환의 의미를 다채로운 LED로 표현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