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신세계프라퍼티의 복합상업시설 더 샵스 앳 센터필드. 1층 입구로 들어서자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를 상징하는 'BGZT'(브그즈트, 번개장터 영문 초성)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최상급 호텔로 유명한 조선팰리스가 들어선 센터필드 건물 1층에 중고거래 플랫폼이 자리 잡은 것이다.

애플리케이션(앱)을 벗어나 오프라인 판로를 강화하고 있는 번개장터가 이번엔 호텔로 들어왔다. 번개장터는 이날 더 샵스 앳 센터필드에 프리미엄 컨셉스토어 BGZT Collection by 번개장터(이하 브그즈트 컬렉션)를 열었다. 지난 2월과 10월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에 각각 스니커즈(운동화) 리셀 오프라인 매장 'BGZT Lab(브그즈트 랩)' 1·2호점을 낸 데 이은 세 번째다.

번개장터가 신세계프라퍼티의 복합상업시설 더 샵스 앳 센터필드에 연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 컬렉션'. / 번개장터 제공

신세계(004170)그룹이 번개장터의 오프라인 매장 입점을 먼저 요청했다. 번개장터가 선보인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 랩이 인기를 끌면서다. 특히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입점한 브그즈트 랩 1호점은 국내에 재고가 없거나 한정 판매돼 구하기 어려운 스니커즈를 가져와 보여주면서 20~30대 젊은 층을 끌어왔다. 지난 2월 개점 이후 9월까지 13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번개장터는 브그즈트 컬렉션을 명품 특화 매장으로 꾸렸다. 같은 건물에 신세계그룹의 최상급 호텔이 위치했다는 점을 반영했다. 매장을 고급 저택으로 형상화하고 구하기 어려운 명품 제품을 채웠다. 거실 격인 매장 중간에는 소파를 배치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쿠션과 담요를 전시하고, 각 방으로 공간을 옮기면 시계나 가방, 옷 등을 볼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실제 매장 중간을 지나자 롤렉스의 시계 40여 종과 시계를 보관하는 워치 박스가 보였다. 건너편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가방과 의류 약 90여 종이 전시됐다. 곽호영 번개장터 패션전략기획팀장은 "해외로 나가 희소성 있는 100개 이상의 명품을 직접 공수해 왔다"면서 "일부 전시 작품을 제외한 모든 명품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재화 번개장터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스니커즈 리셀만을 앱 안에서 부각하기 어려워 시작한 오프라인 매장이 방문 고객 증가와 매출 상승 등 성과를 내면서 세 번째 오프라인 매장까지 열게 됐다"고 말했다. 올 들어 9월까지 번개장터 스니커즈 거래액은 715억원을 기록해 올해 연간 거래액이 지난해 수치(820억원)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브그즈트 컬렉션에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No.5 퍼퓸백 등 가방이 전시돼 있다. / 배동주 기자

오프라인 매장은 번개장터의 기업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번개장터로 300억원 투자를 진행한 신한금융그룹이 대표적이다. 신한금융그룹은 리셀 시장에서 신한카드와 번개장터의 협업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번개장터는 신세계그룹 계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미래에셋캐피탈 등으로부터의 투자 유치도 예정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번개장터 기업가치를 투자 후 기준 약 4200억~430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 사모펀드 운용사(PEF) 프랙시스캐피탈이 번개장터 경영권을 인수할 때 매긴 1500억원과 비교해 약 3배로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