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매트리스’로 유명한 가구·매트리스 기업 지누스(013890)가 SK그룹으로의 지분 및 경영권 매각 추진을 접고 생산기지 증설 등을 위한 투자자 유치로 선회했다. 당초 SK네트웍스(001740)가 이윤재 지누스 대표이사 회장의 지분(35.21%) 등을 포함한 지누스 지분을 50% 이상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지누스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지누스는 “자금 조달 방안과 최대주주 지분의 일부 매각 등에 대해 SK네트웍스와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최종적으로 거래 상대방과의 인수협상이 결렬됐다”고 19일 공시했다. 지누스 경영권 매각설이 불거진 지난 10월 “SK그룹을 포함한 복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힌 지 1개월 만이다.
SK네트웍스의 경영권 인수 추진이 협상 결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생활·주방 가전 렌털 기업 SK매직을 자회사로 둔 SK네트웍스는 지누스 경영권을 인수해 사업 확장을 꾀했으나 지누스는 자금 조달만을 고려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SK네트웍스는 경영권 포함을 요구해왔지만, 이윤재 지누스 회장은 경영권 유지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지누스는 증권사 대상 비공개 컨퍼런스콜에서 “투자자로부터의 자금 조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윤재) 대표이사 지분을 계속 보유하고 경영에도 계속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지난해 63억원, 올해 40억원 등 총 103억원 달하는 배당을 포기할 정도로 지누스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지누스 지분 35.21%(약 507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이윤재 회장은 업계에서 미스터 매트리스(Mr.Mattress)로 불린다. 그는 과거 텐트 제조 기업 진웅을 운영하다 매트리스로 부활했다. 메모리 폼 매트리스를 돌돌 말아 배송하기 쉽게 만들었는데, 2014년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 입점으로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지누스는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가진 1위 기업이다.
협상 논의는 SK네트웍스를 떠나 사모펀드 운용사(PEF)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IB업계에 따르면 블랙스톤, 베인캐피털, CVC캐피털, 칼라일 등 글로벌 PEF가 투자 및 지분 확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누스 측은 “자금 조달을 위한 투자자 유치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지누스는 투자 유치로 조달한 자금을 인도네시아 내 세 번째 공장 건설에 쓴다는 방침이다. 지누스의 인도네시아 1·2 공장은 연간 약 270만개의 매트리스를 생산할 수 있는데, 가동률이 90%에 육박해 설비를 추가로 확장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미국 공장은 미국 전역에 걸친 인력난으로 채용이 지연되면서 생산량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누스는 2018년 국내 판매를 시작으로 호주 판매법인을 설립했고, 2019년 일본, 지난해 싱가포르 등으로 판매 국가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베트남 판매법인과 유럽(EU) 판매를 총괄하는 영국 판매법인도 추가로 설립했다. 지누스 관계자는 “미국 온라인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어 현지 물류센터 확장과 자동화 설비 구축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