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담당 임원들이 잇따라 CJ(001040)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 이커머스 역사가 짧아 임원급 인재가 부족한 상황에서 CJ가 이재현 회장의 지휘 아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을 화두로 내걸고 외부 인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097950)롯데쇼핑(023530)이 작년 9월에 11번가에서 영입한 임원급 인사 2명을 데려와 디지털사업본부 주요 보직에 앉혔다. 7월 김현진 전 롯데쇼핑 플랫폼센터장(상무)을 부사장급인 디지털사업본부장으로, 최근 임현동 전 롯데쇼핑 상품부문장(상무보)을 디지털사업본부 이커머스 세일즈 담당 상무로 영입했다.

김 부사장과 임 상무는 11번가부터 롯데쇼핑, CJ제일제당까지 같은 직장을 세 번이나 공유하게 됐다. 두 사람은 롯데그룹이 작년 4월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을 출범한 이후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에서 수혈한 인사다. 김 부사장은 11번가에서 커머스센터장을 역임한 플랫폼 기획·운영 전문가이고, 임 상무는 마트 상품기획자(MD) 출신이다.

CJ제일제당이 최근 영입한 11번가, 롯데쇼핑 출신 김현진 디지털사업본부장(왼쪽), 임현동 상무. / 11번가, 롯데그룹 제공

CJ제일제당은 2019년에 문을 연 자사몰 더마켓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디지털사업본부에 외부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김 부사장과 임 상무 전임자도 각각 여성 온라인 플랫폼 W컨셉, 신세계(004170) 출신 외부 인사였다. 임 상무와 함께 영입한 김수민 디지털사업본부 DTC(Direct to consumer·소비자에게 직접 판매) biz 담당 상무는 로레알 아시아·태평양에서 디지털 사업을 담당했다.

CJ 다른 계열사에도 롯데그룹 출신 이커머스 중역이 있다. 올해 초에는 롯데백화점 최고정보책임자(CIO)였던 김명구 온라인사업부문장이 CJ온스타일(구 CJ오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 부사장으로 이직했다. 김 부사장은 지난 2016년부터 롯데백화점에서 옴니채널(온·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과 인공지능(AI) 챗봇, 라이브커머스(모바일 실시간 판매 방송) 등 디지털 전환 사업을 주도한 온라인 전문가다.

유통 대기업 간 고위급 인사가 자리를 옮기는 것은 국내 이커머스 산업의 역사가 짧아 인재 풀이 넓지 않은 게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G마켓, 옥션 등 오픈마켓을 주 사업모델로 하는 이커머스의 역사는 2000년 중반 이후로 20년이 채 안 된다. 이제 막 디지털 사업을 확대하려는 대기업 입장에선 오픈마켓을 안착시킨 경험이 있으면서 조직 문화에 융화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려는 의지가 강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오픈마켓과 대기업을 모두 거친 인사가 주목받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3일 사내 방송에 직접 나와 그룹 역량을 집중할 분야로 ▲컬처(culture·문화)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건강) ▲서스테이너빌리티(sustainability·지속가능성)를 제시했다. 그는 "CJ 계열사가 보유한 디지털 플랫폼, 물류 인프라 등을 토대로 데이터 기반 고객중심 경영을 가속화해 디지털 영토를 확장하고, 장기적으로 CJ만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슈퍼 플랫폼을 육성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