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전문 브랜드인 ‘슈펜’과 패션 유튜버 ‘밤비걸’이 함께 기획한 여성화. /유튜버 '밤비걸' 영상 캡처

“이거 본 사람이면 다 살듯… 영업력 미쳤다.”, “쇼호스트에게 영업 당한 느낌이다.”

연예인 TV 광고, 쇼호스트의 홈쇼핑 광고를 넘어 유튜버를 향한 패션업계의 러브콜이 계속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영상을 자주 접해 유튜브가 친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1~2010년생)를 겨냥한 기업과 유튜버의 마케팅 협업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패션 업체의 경우 패션 유튜버들과 협업해 상당한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신발 전문 브랜드인 ‘슈펜’은 지난 4월 43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패션 유튜버 ‘밤비걸’과 함께 기획한 여성화 2종을 선보였다. 출시 5일 만에 1만족이 팔렸고 리오더(재생산)와 2차 협업을 통해 총 4만족을 판매했다. 이 신발은 패션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에이블리’에서 단독으로 선발매해 단일 상품 기준 최단 시간 억대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슈펜이 유튜버 밤비걸과 협업해 만든 플랫슈즈 영상은 조회 수가 14만회를 넘었다.

남성 패션 유튜버 역시 영향력이 컸다. 지난 7월 남성 패션 앱 ‘하이버’는 구독자 92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깡스타일리스트’와 협업해 ‘역시즌 기획전’을 열었다. 여름에 가을·겨울 옷 재고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기획전이었다. 이 기획전은 해당 앱 브랜드관의 일일 거래액 최고치를 달성했고, 콘텐츠 오픈 전 대비 구매자 수 340% 증가, 신규가입자 수 250% 증가 기록을 세웠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 /엠브레인 제공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지난 4월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신에게 유튜브 방송은 생활습관’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지난해 43.6%에서 올해 64.6%로 20%포인트(P) 넘게 증가했다. 젊은 층일수록 유튜브 시청을 중요한 습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20대 75.2%, 30대 68.4%, 40대 62.4%, 50대 52.4%)이 컸다.

광고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단가가 비싼 연예인 광고와 달리 유튜버와 함께하는 광고 영상은 최소 ‘제품 협찬’ 정도에서부터 시작한다. 구독자 10만명 이하 유튜버를 섭외할 때 비용은 수백만원 정도이고, 50만명 이상 유튜버는 최소 1000만원 정도가 업계 평균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요즘 MZ세대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온 연예인 옷을 검색하기보다 유튜버의 룩북(Look Book·패션 경향, 성격, 스타일 등을 모아놓은 사진집) 콘텐츠를 보거나, 유튜버가 소개하는 패션 아이템 영상을 본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적게 들고 곧장 수익으로 이어지는 유튜버 마케팅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인 ‘라템’과 다이어트 유튜버인 ‘일주어터’와 협업해 만든 한정판 돼지 캐릭터 머리띠. /이랜드 제공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 등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를 고려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단순히 유튜버와 협업해 상품 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익 중 일부를 기부하거나, 추첨을 통해 리셀테크(리셀+재테크)로 활용 가능한 한정판 스니커즈를 증정하는 등 부가가치를 고려한 마케팅도 등장했다.

의류 브랜드 ‘후아유’는 지난 5월 미어캣·고슴도치·햄스터 등을 키우는 유튜버 ‘냥이아빠’와 협업해 반려동물들을 캐릭터화한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했다. 이 상품은 출시 3일 만에 매출 5000만원을 달성했다. 후아유는 유튜버와 협의해 판매 수익 중 일부인 500만원, 기업 후원액인 500만원을 합쳐 총 1000만원을 조손가정에 기부했다.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인 ‘라템’ 역시 다이어트 유튜버인 ‘일주어터’와 협업해 한정판 돼지 캐릭터 머리띠를 판매한 수익 일부와 기업 후원액을 합쳐 총 662만원을 한부모 가정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마트24는 스니커즈 운동화 전문 유튜버 ‘와디의 신발장’과 협업해 오는 11일부터 15일까지 스니커즈 신발에 어울리는 한정판 커플 양말을 판매한다. /이마트24제공

편의점 브랜드인 ‘이마트24′는 지난 8월 리셀(재판매)마켓 ‘솔드아웃’과 협업해 삼각김밥·김밥·샌드위치·햄버거 등을 구매한 고객 중 추첨을 통해 50만~100만원 상당의 한정판 스니커즈와 솔드아웃 포인트를 내건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기간(8월 3일~31일)에 해당 상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8월 4일~ 9월 1일) 대비 36% 증가했다.

이마트24는 패션 유튜버와 협업한 자체 제작 상품을 판매하며 다시 한번 리셀테크 활용이 가능한 운동화를 경품으로 내건다. 이마트24는 스니커즈 운동화 전문 유튜버 ‘와디의 신발장’과 협업해 오는 15일까지 스니커즈 신발에 어울리는 한정판 커플 양말을 판매한다. 또 커플 양말 구매 고객 중 추첨을 통해 2명에게 150만원 상당의 운동화(조던1X트래비스스캇 레트로로우, 조던1x트래비스스캇x프라그먼트 레트로로우)를 경품으로 제공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에 맞는 마케팅을 통해 행사 참여율을 높이려 한다”며 “유튜버 상품 협업을 통해 기부와 재테크 등 현명한 마케팅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