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 휴식 공간을 넘어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곳으로 거듭나고 있다. 일부 호텔은 고객의 높은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며 아트슈머(Art+Consumer·예술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라호텔 서울은 이달 말까지 숙박 상품과 연계해 미술 작품에 조각 투자하는 '폴 인 아트' 패키지를 선보인다. 1박에 5만원 상당의 미술품 공동 소유권을 지급하는 것이다. 투자 대상은 한국 단색화를 세계에 알린 박서보 작가의 '묘법' 시리즈 두 점으로 시세는 4억~4억5000만원이다. 조각 투자는 개인이 혼자 투자하기 어려운 고가 자산의 지분을 쪼개 투자하는 것으로, 소액으로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MZ세대(1980~2000년대생)에게 인기다.

신라호텔 서울 폴 인 아트. /신라호텔

체크인 시 고유번호를 받아 미술품 공동 거래 플랫폼 아트앤가이드 홈페이지에 등록하면 공동 소유권을 갖게 된다. 작품 가격이 오르면 아트앤가이드가 동의 후 작품을 재판매하고 차익을 나눠 갖는 식이다. 박서보 작가의 작품은 평균 낙찰률 75%로 아트테크(예술과 재테크의 합성어) 입문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투자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호텔 측 설명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MZ세대 사이에서 적은 비용으로 미술 작품에 투자하는 것이 각광받고 있어 관련 상품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에 전시된 한봉호 작가의 플라멩고. /롯데호텔

롯데호텔 서울은 메인타워와 이그제큐티브 타워 곳곳에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국내 1세대 공예 작가 백태원의 '장생도'는 십장생(十長生)을 나무로 로비 한쪽 벽 전체에 구현해 고전미를 살렸다. 한봉호 작가의 '플라멩고'는 무희들이 춤 추는 모습을 230×730㎝ 크기로 역동적으로 그렸다. 작품이 무거워 설치 당시 장소를 고민하다 메인타워 1층 페닌슐라 라운지앤바에 걸게 됐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그림이 걸린 주변 자리가 맞선 성혼율이 높다고 알려져 인기를 누렸다"며 "호텔 콘셉트에 맞춘 예술 작품들이 단순한 눈요기를 넘어 호텔의 정체성을 공고히하는데 도움 주고 있다"고 했다.

롯데호텔에 전시된 백태원 작가의 장생도. /롯데호텔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연말까지 1층 워커힐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비주얼 작가 아방의 개인전 '더 무드 아이 러브'를 열고 회화, 드로잉, 입체 조형물 100여 점을 선보인다. 런던 킹스턴대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석사를 전공한 아방은 평범한 일상을 독특하고 낭만적인 시선으로 표현해 10~30대에게 인기를 얻었다. 아방 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소소하게 누리는 휴식을 그려 멀리 떠나지 않아도 '쉼의 순간'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휴양을 넘어선 호텔 서비스로 예술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 전시된 아방 작가의 더 무드 아이 러브 개인전.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상급 호텔 조선팰리스는 현대 한국의 황금기라는 주제로 컨템포러리 아트(현대 작품) 400여 점을 호텔 로비, 리셉션, 식음 업장, 객실 등 곳곳에 전시하고 있다. 호텔 로비에는 미국 현대 미술가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의 높이 260㎝ 조각상 모세(Blue Eroded Moses)가 있다. 벨기에 출신 예술가 요한 크레텐(Johan Creten)의 번영(Glory)을 통해 골드빛 조형물의 화려함을 선보였으며 다층적인 아름다움을 순간 포착하는 독일 사진 작가 칸디다 회퍼(Candida Hofer)의 작품도 곳곳에 전시했다.

조선팰리스 로비 조각상. /조선팰리스

조선팰리스 관계자는 "고객들이 마음에 드는 작품과 인증 사진을 찍는 등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라며 "다양한 예술을 통해 호텔이 추구하는 품격에 대한 이상향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