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새 주인을 찾은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2위 업체 요기요가 2000억원을 수혈 받은 뒤 대규모 마케팅에 나서며 떨어진 시장점유율 되찾기에 나섰다.
요기요의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는 지난달 29일 사명을 ‘위대한상상’으로 교체한 데 이어 이달 1일 ‘요기패스’ 라는 이름의 멤버십 구독 할인 서비스를 출시했다. 한달에 9900원을 내면 ▲배달 주문 최대 3만원 할인 ▲1회당 1000원, 횟수 제한 없는 포장 주문 할인 ▲윌라(오디오북), 플로(음악), 왓챠(동영상), 필리(영양제) 구독료 할인을 해준다.
요기요가 2019년 8월 출시한 멤버십 슈퍼클럽에 비해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다양해졌다. 슈퍼클럽은 구독료는 같고 배달·포장 주문 때 3000원씩 10회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요기패스는 배달 할인은 똑같이 3만원어치 받을 수 있고 포장 할인이 1000원씩 무제한으로 가능하다. 주문 때 할인이 자동 적용되는게 아니라, 소비자가 할인처를 선택할 수 있게 됐고 이전에 없던 구독료 할인도 추가 됐다.
요기요는 KB국민카드와 손잡고 전월 이용실적에 따라 요기패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PLCC(Private Label Credit Card·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요기패스 신용카드도 내놨다. 신규 광고도 TV와 유튜브에서 공개했다. 광고는 요기패스를 쓸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표현하면서 ‘어디든, 뭐든지, 포장은 몇 번이든 다 할인되는 패스’라는 슬로건을 보여줬다. 회사 측은 “음식 배달·포장 할인 뿐 아니라 구독 할인을 제공해 차별화된 플랫폼으로 새출발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요기패스 출시는 요기요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 후 사실상 정체됐던 대규모 마케팅을 재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독일 배달 서비스 업체 딜리버리히어로(DH)의 한국 법인 딜리버리히어로가 2012년 출시한 요기요는 작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DH가 2019년 12월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경영권을 인수하자, 기업 결합 심사를 맡은 공정위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2019년 말 기준 배민과 요기요의 배달 앱 시장점유율이 99.2%로 압도적이어서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요기요는 약 6개월 간의 매각 작업 끝에 지난 8월 GS리테일(007070)과 사모펀드(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3자 컨소시엄 품에 안겼다. 요기요의 시장점유율은 공정위의 매각 명령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배달 앱 시장은 배민(50.9%)과 요기요(41.1%)가 양분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1월 조사에서 배민은 66%로 급상승하고 무명이었던 쿠팡이츠가 14%까지 오른 반면 요기요는 18%로 하락했다. 요기요의 점유율을 배민과 쿠팡이츠가 나눠가진 셈이다.
DH 입장에선 요기요를 3자에 팔고 나면 배민의 강력한 경쟁사가 되는 만큼 매각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유인이 없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요기요는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47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는데, 마케팅 비용이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으로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 주문이 급증해 경쟁사인 배민과 쿠팡이츠가 할인 쿠폰을 대거 뿌려 몸집을 불리는 전략을 택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의 매출은 1조995억원으로 전년 대비 94.4% 급증했으나 11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요기요는 매각 작업이 마무리 된 데다 GS리테일 컨소시엄으로부터 2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수혈 받은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전망이다. 유통업계가 주목하는 퀵커머스(소량의 생필품을 1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 분야에서 GS리테일과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요기요는 지난해 배민에 이어 국내 두번째로 퀵커머스 서비스 요마트를 선보였지만 9월부로 접은 상태다. 요기요가 단독으로 요마트를 운영하려면 소규모 물류창고, 운영 인력 투자가 필요하지만 GS리테일의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하면 추가 투자 부담을 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