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어서 파는 게 더 쌀 줄 알았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이다."(50대 주부 김모씨)

빼빼로데이(11월 11일)를 앞두고 백화점, 마트 등이 빼빼로 기획상품을 선보이는 가운데 일부 매장에서는 단품보다 여러 개를 묶은 상품이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여러 개를 묶은 상품은 단품보다 가격이 싼 것과 대조적이다. 일부 기획 팩의 가격을 올려서 판매하는 곳도 있다.

7일 오후 3시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NC백화점 불광점 식품 판매대에서 단품으로 판매되고 있는 빼빼로. 기획 팩 가격으로 사는 것보다 더 저렴하다. /이신혜 기자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한 백화점에서는 별도 행사장을 마련해 빼빼로 판매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빼빼로 3~8개를 하나로 묶은 기획 팩을 팔고 있는데, 기획 팩의 용량 대비 가격이 단품보다 더 비쌌다.

롯데제과의 대표 초콜릿 과자인 빼빼로를 백화점에서 4개입 기획 팩으로 구성한 10g당 가격은 355원이었다. 이 팩 안에는 '누드 빼빼로'와 '아몬드 빼빼로'가 두 개씩 들어 있는데, 두 상품을 단품으로 살 때 10g당 가격은 누드 빼빼로가 270원, 아몬드 빼빼로가 364원이다. 이를 평균한 가격은 10g당 317원으로, 기획 팩의 10g당 가격이 단품으로 4개를 사는 것보다 38원(10.7%) 더 비싼 것이다.

7일 오후 3시쯤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NC백화점의 빼빼로 기획 행사 알림판. /이신혜 기자

7일 오후 서울 은평구에 있는 NC백화점 지하매장 식품 판매대에서도 빼빼로 기획 행사가 열렸다. 판매 중인 빼빼로는 종류와 상관없이 단품 가격은 모두 1190원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빼빼로 종류를 골라 단품으로 4개를 사면 4760원이었다. 하지만 기획 팩으로 구성된 4개입 '스몰리본 빼빼로 기획'과 '카메라 빼빼로 기획'은 모두 4990원으로, 단품을 따로 사서 구성하는 것보다 230원(약 4.6%) 더 비쌌다.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선물할 빼빼로를 살펴보고 있었다는 주부 김모(51)씨는 "행사라고 쓰여있어 당연히 묶어서 사는 게 쌀 줄 알았다"며 "이런 꼼수 판매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학생 이모씨 역시 "언니에게 빼빼로를 깜짝 선물해주려고 했는데 단품으로 여러 개 사주는 게 더 싸고 원하는 빼빼로만 고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NC백화점 관계자는 "빼빼로 권장소비자가에서 할인을 하면서 단품과 묶음 판매 상품 할인율이 다르게 적용된 부분이 있었다"며 "바로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기획 팩 행사는 유통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 가격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도 "본사에서는 단품이든 묶음이든 납품 시 포장비를 더하지 않고 동일한 가격으로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8일 방문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광화문점에서 빼빼로 단위가격이 10g당 가격으로 적혀있는 모습. /이신혜 기자

소비자들이 빼빼로 가격을 제대로 비교하지 못하는 이유는 "○○g당 ○○원" 등으로 표기된 '단위가격'이 라벨이나 일람표에 부착되지 않은 탓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에 따르면 포장용량이나 상품의 규격・품질의 종류가 다양해 판매가격만으로는 소비자의 가격 비교가 어려운 품목의 경우, 전통시장을 제외한 백화점·쇼핑몰·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도·소매점포에서는 단위가격을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백화점 행사에서는 총 가격만 쓰여 있었을 뿐 g당 가격은 적혀있지 않았다. g당 가격이 없다 보니 소비자들은 일일이 계산해보지 않으면 묶음 상품이 더 싸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단위가격 표시를 하지 않고 판매할 경우,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1차 위반 시 시정 권고, 1년 내 동일 위반으로 적발될 시 최고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묶음 판매 형식이 저렴할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유통업체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소비자들이 비교하기 쉽게 10g당 가격, 개수당 가격을 별도로 눈에 띄게 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