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업계가 신소재를 개발하고, 품질을 강화하는 등 패션 자체 브랜드(PB) 고급화에 나섰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집콕' 문화 확산으로 수혜를 입었지만, 올해 역기저 효과와 송출 수수료 부담으로 실적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판매 가격이 높은 겨울 패션 PB 상품을 잘 팔아야 올해 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지난 10월 말 패션 PB 'LBL(Life Better Life)' 특집전을 열고 18만원대 '캐시비버' 롱코트를 선보였다. 앞서 이 회사가 10만원대 코트를 주로 선보여 온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비싸졌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캐시비버 코트는 LBL 전담팀이 '비버'와 '캐시미어'를 혼방해 단독 개발한 소재가 적용됐다"며 "가볍고 따뜻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 PB LBL이 출시한 캐시비버 '롱코트'. / 롯데홈쇼핑 제공

롯데홈쇼핑은 유명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가져와 생산·판매하는 PB의 일종인 라이선스 브랜드(LB)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말로'의 90만원대 최고급 캐시미어 니트 제품을 한정수량으로 선보인 데 이어, 9월 독일 패션 LB '라우렐'에 비버 등 신소재를 적용한 프리미엄 의류 30종을 출시했다. 10월에는 여성 의류 디자이너 브랜드 '박춘무블랙'을 지난 10월 내놓았다.

CJ온스타일은 지난 9월 패션 PB '셀렙샵 에디션'에서 이탈리아 럭셔리 원단 '에르메네질도 제냐'를 사용한 캐시미어 재킷을 선보였다. 제냐 원단은 구찌와 같은 최상급 명품 브랜드에서 의류를 만들 때 즐겨 쓰는 프리미엄 원단으로, 일반 원단보다 가격이 수십 배가 비싸다. 이 재킷 가격 역시 90만원 대에 육박하는 비싼 가격에 판매됐다.

업계에선 홈쇼핑사들이 패션 PB를 고급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PB는 단어 그대로 브랜드명부터 제품 생산까지 모든 것을 홈쇼핑에서 자체 제작한 브랜드를 의미한다. 타사 브랜드 제품을 들여와 판매할 때 부담해야 하는 유통비와 브랜드 사용비가 없어 이익률이 높다. 특히 고가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마진율이 많게는 10%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홈쇼핑 업계는 전자상거래 기업 등 온라인 플랫폼 부상과 유료 방송사의 송출 수수료 인상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롯데홈쇼핑, CJ온스타일, GS리테일(007070) 등 주요 홈쇼핑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36% 감소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송출 수수료 증가 등 운영비가 늘며 수익이 줄었다"라고 설명했다.

CJ온스타일 패션 PB 셀렙샵 에디션이 출시한 캐시미어 재킷. / CJ온스타일 제공

업계에선 4분기 실적 개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PB상품 고급화가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홈쇼핑 패션 PB LBL과 라우렐은 프리미엄에 힘입어 올해 1000억원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CJ온스타일은 지난 9월 24일 셀렙샵 에디션 캐시미어 재킷 판매 첫날 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목표 대비 200% 넘는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PB 고급화는 홈쇼핑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대홈쇼핑(057050)은 최근 여성복 PB '라씨엔토'에서 봉제선 없이 옷을 만드는 기법인 홀가먼트와 뜨개질 등 고급 방식을 적용한 신상품을 프리미엄 상품으로 출시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TV라는 판매 채널이 힘을 잃고 있는 가운데 홈쇼핑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은 더 좋은 제품을 높은 마진에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PB 강화는 패션을 넘어 식품, 생필품 등으로 계속 확산하고 있다. 홈쇼핑 주요 고객인 50~60대 여성을 겨냥한 건강기능식품이 대표적이다. GS·CJ·롯데·NS 등 주요 홈쇼핑사들은 모두 건강기능식품 PB를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직접 생산·유통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PB는 홈쇼핑사가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수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