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험 배달을 허용해 온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가 배달기사를 위해 시간제 손해보험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쿠팡이츠가 일반인을 배달기사인 쿠팡이츠 배달파트너(이하 배달파트너)로 위탁 고용하면서도 사고 시 보험이 없는 배달파트너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 구조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면서다.

그러나 “보험 가입을 해야 배달할 수 있다”는 의무 규정은 제외해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의무가 아니면 보험에 가입할 배달기사가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1·2위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유상운송보험을 의무화해 보험 가입을 하지 않은 배달기사의 배달을 막고 있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이달 초 ‘배달파트너 안전성 제고·처우개선 방안’을 마련해 내년 1월까지 배달파트너용 유상운송보험을 도입하기로 정했다. 쿠팡이츠는 그동안 무보험 사고는 배달기사 개인의 문제라며 책임을 미뤄왔다.

쿠팡이츠 CI. / 쿠팡이츠 제공

유상운송보험은 이륜자동차(오토바이)나 자동차 등 이동수단을 상업용도로 이용하다 발생한 피해에 대해 보상하는 이른바 상업용 손해보험으로, 사고가 잦은 배달기사의 필수 보험으로 꼽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매년 배달기사 31명이 배달 중 사고로 사망하고, 1600명이 다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유상운송보험은 상업용 오토바이가 주로 가입하는 탓에 보험료가 비싸다. 이륜차 사고가 빈번해 보험사가 보험요율을 높게 잡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이츠는 일반인 배달파트너들을 위한 시간제 유상운송보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전문 배달기사들은 1년짜리 보험에 가입해도 무방하지만, 하루 5시간 이내로 배달에 나서는 일반인이 1년치 유상운송보험료를 내기에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유상운송보험은 나이와 사고 유무 등에 따라 보험료가 책정되는데, 보장 범위가 좁은 책임보험 보험료도 150만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인배상에 자기차량손해 보상까지 포함한 유상운송종합보험은 연간 보험료가 600만~1000만원에 달한다.

쿠팡이츠가 배달파트너용 유상운송보험 마련 계획과 시점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이츠는 그동안 쿠팡이츠로 배달 업무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배달파트너 앱’을 설치한 뒤 본인 확인과 계좌 등록 절차만 거치면 바로 배달 호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해왔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보험료가 비싸 가입을 하지 않는 배달기사가 많은데, 쿠팡이츠는 그 수요를 노려왔다”면서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로 쉽게 등록하고 더 많은 사람이 배달기사로 일할 수 있게 유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제 유상운송보험은 일반인 배달인 배민커넥트를 시행 중인 배달의민족이 이미 운용하고 있다. 손해보험사 KB손해보험과 손잡고 오토바이와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이동수단에 관계없이 시간당 보험료를 과금하는 시간제 유상운송보험을 개발했다. 1시간에 1500원을 보험료로 내고 배달을 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원이 무보험 정책 변경을 요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쿠팡이츠 측은 “1시간당 1500원보다 저렴한 수준의 시간제 유상운송보험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손해보험사와 논의하고 있다”면서 “도입 시점은 시스템 개발 일정에 따라 내년 1월보다 다소 지연될 수 있다”고 국회에 밝혔다. 배달의민족은 시간제 유상운송보험 최초 도입 당시 1663원(오토바이 기준)이었던 1시간당 유상운송보험료를 지난 8월 1일 1500원으로 인하한 바 있다.

쿠팡이츠는 시간제 유상운송보험을 마련하면서도 의무 가입은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유상운송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배달할 수 있게 하면 기존 무보험 배달과 다른 점이 없다”면서 “보험 없는 배달 사고는 주변 사람을 다치게 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임에도 쿠팡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1·2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는 유상운송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운행수단별 보험 약관에서 “배달의민족과 배송대행 계약을 맺은 배달커넥터(일반인 배달기사)는 오토바이, 자동차, 전기자전거, 자전거, 전동킥보드의 이용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보험(유상운송보험)의 가입을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요기요는 배달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배달기사의 위치, 이동 거리 등을 계산해 배차하는 요기요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데 이 경우 유상운송보험 가입을 필수 조건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