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과 손잡고 ‘해외 직구 포털’로 변신한 11번가가 ‘한국판 아마존 북스’로 사업 확장에 나선다. 11번가는 최근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물류센터를 확보해 도서 직매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르면 연내 아마존 북스 책을 주문한 다음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낸다는 계획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지난달 26일 경기도 파주시 백석리에 있는 1만7517㎡(약 5299평) 규모 도서 전용 물류센터(파주 물류센터)를 임대해 운영하기로 했다. 임대 기간은 2023년 10월까지로, 의료기기 도매 유통 기업 에이씨알코리아에 전세금 5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주 물류센터는 그동안 ‘야놀자가 버린 곳’으로 불렸다. 2005년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가 온라인 서점 강화를 위해 구축했지만, 숙박·여행 플랫폼 기업 야놀자가 인터파크를 인수하면서 물류센터를 빼고 가져갔다. 야놀자는 여행업 강화를 위해 여행업 중심 사업부만 챙겼다.
인터파크는 결국 파주 물류센터를 매입가보다 70억원 싼 200억원 수준에 내놨고, 에이씨알코리아가 지난 8월에 인수했다. 도서 유통만을 위해 구축된 물류센터인 만큼 교보문고, 알라딘 등이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인수 의사를 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는 내부 시설을 일부 변경해 곧장 아마존 북스 도서 유통에 나설 전망이다. 아마존은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다. 원클릭 쇼핑, 맞춤형 제품 추천, 후기 시스템 등으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에 올랐지만, 도서는 여전히 아마존의 본령이다.
11번가는 지난 8월 31일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열면서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기존 해외 직구 서비스와는 사이즈가 다른 압도적인 스케일”이라며 “수천만 권에 달하는 아마존 도서 상품을 가져와 해외 도서 구매를 원하는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11번가가 파주 물류센터를 확보한 것은 온라인 서점 시장의 성장을 눈여겨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자 온라인 도서 구매도 덩달아 늘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서점의 시장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오프라인 시장 규모를 넘어섰다.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은 물론 신세계그룹도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을 통해 온라인 서점 시장에 진출했다. 쿠팡은 직매입해 당일 배송하는 이른바 ‘로켓배송’ 품목에 도서를 추가해 지난해 도서 부문에서 2500억원의 매출을 냈다. 올해는 6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잡고있다.
11번가도 쿠팡과 같이 책을 직접 사들여 파주 물류센터에 보관한 뒤 주문이 오면 바로 배송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길게는 10일이 걸리는 아마존 북스 도서 배송 기간이 주문 후 2~3일로 줄어들게 된다. 신규 구독 서비스인 ‘우주 패스’와 연계해 한 권만 사도 무료 배송한다.
11번가 관계자는 “배송 기간을 줄이기 위해 일부 품목을 직매입해 운영하고 있는데 기존 물류센터 크기가 작아 확장하게 됐다”면서 “파주 물류센터는 현재 생필품 직매입 후 배송에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