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대중골프장이 내년 1월 1일부터 일본 자동차의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다수의 골퍼들은 골프클럽부터 공, 의류까지 일본 브랜드 제품이 많이 사용되는 골프장에서 일본 자동차만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2일 골프업계에 따르면 아네스빌CC(대표 이우복)는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1월 1일부터는 일제산 모든 차량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아네스빌CC는 전북 김제시 황산면에 있는 9홀 규모의 대중골프장으로 2005년 개장했다. 운영 법인은 벽원레저개발로 이우복 대표가 70%의 지분을, 이 대표의 아내인 최선자씨가 20%의 지분을, 장남인 희만씨가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골프장은 공지사항에서 ‘도요타, 렉서스, 혼다, 인피니티, 미쓰비시, 마쓰다, 스바루, 이스즈’가 출입 금지 브랜드라면서 “일제산 차량은 당사 골프장의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다. 일제산 차량에 골프백을 싣고 출입하면 골프백을 내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아네스빌CC는 일본산 차량 금지 조치에 대해 “일제 핍박 속에서 나라를 지켜내고, 후손들에게 자유를 물려주신 조상들의 공로를 잊지말자는 취지”라면서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 국민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개인 기업의 의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님께선 저희 회사의 소신을 응원해 주시고, 응원하시지 않더라도 침묵으로 동참해달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골프장을 알리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골프붐이 불면서 지방으로 가는 골퍼들이 늘자 ‘일본차 출입금지’를 앞세워 ‘애국 마케팅’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아네스빌CC 관계자는 “일제 제품 사용을 지양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정책”이라면서 “바로 시행하면 혼선이 일 수 있으니 여유시간을 두고 내년 1월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아네스빌CC는 현재 일제 카트를 일부 쓰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일본산 카트가 일부 있다. 카트 교체 비용이 많이 들어, 일단 상표만 떼어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공에 개방된 퍼블릭 골프장이 이용자가 타고 온 차량을 이유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평등권과 체육시설 설치·이용법(체육시설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체육시설법 시행규칙은 대중골프장에 대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용자의 예약 순서에 따르되, 예약자가 없는 경우에는 이용자의 도착 순서에 따라 골프장을 이용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일본차를 탄다고 해서 골프장 출입을 금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면서 “법적 조치까지는 아니더라도 관할 지자체에서 시정 조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