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에 지갑을 여는 남성들이 늘어나자 백화점 업계가 남성 명품을 강화하고 나섰다. 그동안 여성 고객 비중이 절대적이었던 백화점들이 '큰손'으로 떠오르는 남성 고객을 잡기 위해 남성들에게 인기인 명품을 입점시키거나 아예 전용 명품관을 여는 것이다. 시장 조사 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의 남성 명품 시장 규모는 1조1041억원으로 2010년 6090억원에서 배 가까이 늘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갤러리아백화점은 이달 중순 압구정점 4층에 페라가모 남성 매장을 열기로 했다. 페라가모는 2005년 압구정점에 입점해 9년여 동안 매장을 운영했으나 자리 문제 등으로 2014년 폐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남성 명품 시장이 확대되며 페라가모 남성 매장이 압구정점에 재입점하게 됐다"고 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돌체앤가바나, 존바바토스, 지방시 남성 매장도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압구정점에 입점시킬 예정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30~40대 남성 명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남성 명품을 유치해 고객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루이비통 남성 매장. /루이비통

현대백화점(069960)은 압구정점 4층을 남성 명품관인 멘즈 럭셔리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발렌시아가, 랄프로렌 최상위 브랜드 랄프로렌 퍼플라벨, 로로피아나 등이 입점했다. 무역센터점은 올해까지, 판교점은 내년까지 남성 패션층을 명품으로 강화하고 '남성 럭셔리 부티크'로 리뉴얼(재단장)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남성 명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9.2% 늘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등은 압구정점 1~2층에 입점했지만 남성 전문 매장을 추가로 유치해 명품 MD(상품 기획)를 강화한 것"이라며 "다른 점포도 글로벌 브랜드를 강화해 남성 럭셔리 부티크로 변화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에서 시계를 좋아하는 남성들을 위해 명품 시계 카페인 'IWC바'를 운영하고 있다. 스위스 명품 시계 IWC가 제네바에 칵테일바를 차린 뒤 두 번째로 선보인 식음료 매장으로 친환경 인테리어에 IWC 대표 컬렉션인 빅 파일럿 워치를 주제로 매장을 꾸몄다.

롯데백화점은 본점 5층을 아예 남성 명품관으로 만들고 루이비통 등 30여 개 남성 매장을 입점시켰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남성 명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8% 늘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나를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20~30대 남성을 중심으로 남성 해외 패션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월 본점에 이어 8월 말 대전 아트앤사이언스에 톰포드 남성 매장을 입점시켰다. 톰포드는 구찌 출신 남성복 디자이너가 만든 미국 명품으로 화장품·선글라스를 제외한 의류·잡화 매장 출점에 보수적이기로 유명하다.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강남점 디올 남성 부티크를 재단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남성 패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7%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