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가 가시화되면서 집콕(집에 콕 박혀있는 것) 특수를 누렸던 한샘(009240), 현대리바트(079430) 등 가구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구 구매를 늘리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샘은 지난 22일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6.4% 증가한 5357억5700만원, 영업이익은 4.7% 줄어든 22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분기 매출 증가율은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작년 이후 가장 낮았다. 작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줄곧 두 자릿수를 기록하다 2분기 9.6%에 이어 3분기에는 축소됐다. 영업이익 감소는 작년 1분기(-9.2%) 이후 처음이다.
이번 실적은 증권업계 전망치를 약 10% 하회했다. 회사 측이 상반기에 수입 목재 등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용 상승을 이유로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4% 인상한 것이 온라인 판매 채널에선 매출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3분기 오프라인 인테리어 가구 매출은 전년 대비 4.3% 증가했지만 가격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에서 10% 줄었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인 데다 대형 오프라인 매장에 투자하는 등 고정비용이 증가한 영향도 있었다"며 "오프라인은 대형 쇼룸(전시실)을 늘리고 판매가격을 인상한 영향으로 매출이 증가했으나 온라인은 광고단가 상승으로 한샘몰(자사몰) 집객이 감소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고 분석했다.
경쟁사이자 매출 기준 업계 2위인 현대리바트도 상반기 B2C(소비자 대상 판매) 증가율이 전년 대비 둔화했다. 이 회사는 작년 상반기 B2C 가구 매출이 165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늘었는데 올해는 증가율이 5.2%로 축소됐다. 회사 측은 "지난해엔 신규 매장을 열었고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올해도 주방 가구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가구업계는 코로나19의 대표 수혜주로 꼽힌다. 해외여행은 막히고 재택근무·수업이 일상화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사람들이 침대, 식탁, 책상, 냉장고 등 가전·가구 지출을 늘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 소매판매액은 10조1865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다. 2016~2018년 7조원대에 머물며 정체됐으나 2019년에 8조원을 넘었고 작년에 23.8% 성장했다.
유통업계와 증권가에선 가구 수요가 늘어난 요인이 기본적으로는 소득 수준 향상인 만큼 코로나19 이후에도 시장 성장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코로나19 라는 특이요인이 사라지면 작년만큼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미 기저효과가 가시화됐다. 가구 소매판매액은 1분기에 전년 대비 20% 줄었고 2분기에도 6% 감소했다.
국내 가구 수입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돌파한 2019년부터 소비자들의 주요 지출 분야가 의(衣), 식(食)에서 주(住)로 빠르게 이동했는데 코로나19가 그 변화에 불을 붙인 건 사실"이라며 "여가에 쓸 돈을 집 꾸미기에 썼던 사람들이 여행, 레저 등으로 관심을 돌리면 회사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한샘과 현대리바트는 매장 대형화, 고급화에서 답을 찾고 있다. 한샘은 지난 6월 부산에 2960㎡(약 900평) 규모의 디자인파크를 개관했다. 디자인파크는 최신 인테리어가 적용된 거실과 부엌, 욕실, 안방 등 집 공간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사모펀드 IMM PE와 함께 한샘 경영권을 인수한 롯데쇼핑(023530)의 백화점, 아웃렛에 입점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리바트는 지난 2월 현대백화점 미아점에 이어 이달 킨텍스점에 일반 가구부터 주방가구, 욕실 소품, 조명 등 인테리어 소품까지 모든 가구 제품을 판매하는 토탈 인테리어 매장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