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직장인 강유진씨(29)는 최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햄버거를 주문했다가 급히 취소했다. ‘무료배달’ 항목을 선택했지만, 배달비 3000원이 별도로 붙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결제를 취소하고 다시 보니 2만5000원 이상 주문해야 배달비가 무료라는 설명이 작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고객의 주문 금액이 일정 기준을 넘지 않으면 배달비를 부과하면서도 배달앱 운영사들이 배달비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눈속임을 계속하고 있다. ‘배달 요금 무료’를 화면 전면에 띄워 선택을 유도한 뒤 배달비 상세 내역에는 주문 금액별로 배달비를 차등 적용하는 식이다. 현행법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나 광고 행위는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국내 주요 배달앱 3사는 모두 무료배달 카테고리를 별도로 만들어 두고, 차등 적용되는 배달 요금을 무료 또는 0원으로 표기하고 있다. 배달앱 2위 업체 요기요는 ‘배달 요금 무료’를 전면에 내걸었다. 그러나 음식점을 택한 후 배달 요금 상세 내역을 보면 기준 금액 이상 배달만 무료로 하고 있다.
쿠팡이 운영하는 배달앱 쿠팡이츠는 무료배달 카테고리에서 배달비를 ‘0~원’로 표기하고 있다. 쿠팡이츠 내 한 떡볶이 전문점은 1인분에 4000원인 떡볶이를 7인분 넘게 주문해야 배달비 0원이 적용되는데도, 배달비가 ‘0~원’으로 표기됐다. 배달의민족은 무료배달 카테고리를 ‘배달팁 낮은 순’으로 표기하고 배달비 구간을 0~3000원으로 보여준다.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배달앱에 등록된 음식점이 정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앱을 통해 주문하면 음식점에서 이를 접수하고, 다시 ‘생각대로’, ‘부릉’, ‘바로고’와 같은 배달대행업체에 배달을 요청한다. 이때 배달비는 배달대행업체가 정한다. 배달대행업체가 정한 배달비 중 상당 부분을 음식점에서 부담하고 일부를 소비자에게 부담케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달앱 운영사는 적은 배달비를 먼저 노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과거 짜장면 2그릇 이상만 배달이 됐던 때와 같이 주문 금액이 많을 경우 음식점이 배달비를 전부 부담하겠다며 배달비 0원을 구간에 산입하면 배달앱이 0원만 보여주는 것이다. 배달앱 관계자는 “저렴한 배달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다 보니 0원이나 무료를 먼저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 요금 무료’, ‘배달비 0~’ 표기는 증가하는 추세다. 계속되는 배달료 인상 속에 소비자들이 낮은 배달료를 선호하자 배달앱 운영사가 먼저 배달비 차등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서울시 관악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필우씨(가명·40)는 “과거엔 배달료가 같았는데, 최근 배달앱에서 주문금액을 세분화하고 배달비 무료 항목을 넣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배달앱의 배달 요금 무료 표기에 대해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표시광고법은 제3조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금지에서 사업자 등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로서 과장의 표시 등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오성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배달앱에서 배달 요금 무료로 표기되는 경우를 살펴보면 실질 배달비가 무료인 경우보다 무료가 아닌 경우가 더 많다”면서 “2만원 넘게 주문해야 무료인 배달비를 ‘배달비 무료’로 광고하는 것은 소비자 기망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소비자 신고가 들어올 경우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