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공기청정기, 의류관리기(스타일러) 등 가정용품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렌털시장이 작년 기준 1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쿠팡, 마켓컬리 등 주요 이커머스들도 렌털업을 신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 추진은 하지 않고 가능성만 열어두고 있다. 다른 사업자들도 단순 중개하는 데 머물고 있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4월 정관을 변경해 사업목적에 '기타 개인 및 가정용품 임대업'(렌털업)을 추가했다. 마켓컬리는 5월에 약관을 개정하면서 개인정보처리 위탁 대상에 가전제품 렌털을 하는 SK매직을 추가하고 6월엔 사업목적에 자동차 임대업(렌터카)을 넣었다.
두 회사 모두 신사업 추진 가능성에 대해 "검토중이고 확정된 바 없다"라고 밝혔지만 그동안 신규 사업에 진출하기 전 정관부터 변경하고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 다각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렌털업을 직접 하면 고객들이 제품을 구독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현금 흐름이 개선되고 거래액과 체류시간이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가정용품 렌털시장 규모는 2015년 5조원에서 작년 10조7000억원으로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1인가구 증가 ▲공유경제 확산 ▲기술 발전에 따른 다양한 가정용품의 등장이 맞물리고 제품을 소유하기보단 경험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가정용품 렌털시장엔 호재가 됐다.
그러나 쿠팡을 비롯한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가정용품을 직매입해 렌털하는 대신 단순 중개 하는 데 그치고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제조사와 연결해주는 창구 역할을 한다. 향후 렌털업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객들이 매달 내는 렌털료는 제조사에 고스란히 돌아가고,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오픈마켓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 오픈마켓 수수료율은 7~13% 정도다.
렌털 중개업을 하는 국내 한 이커머스의 관계자는 "렌털시장이 워낙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중개업을 시작했지만 거의 모든 이커머스가 뛰어들어 경쟁이 치열하고 제품 품질에 차이가 없어 매출, 거래액 증대 효과가 크진 않다"며 "거래액을 확대하려면 렌털 중개업이 아니라 렌털업을 해야 하는데 전문업체가 아닌 이상 제품 관리와 유지보수, 소비자 불만 대응이 상당히 어렵다"고 전했다.
소비자가 제품을 구입할 때와 달리 렌털을 하는 경우 지속적으로 무상수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이커머스 업체들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 무상수리 기한이 1~2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렌털은 고객이 약정한 대여 기간 동안 꾸준히 관리를 해줘야 한다. 전문 설치·유지보수 기사가 필요해 인건비 지출이 급증한다. 상품군 확대, 현금 흐름 개선 등의 효과를 얻으려다 막대한 투자비용 부담에 허덕일 수 있다.
다만 쿠팡의 경우 렌털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 그동안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신사업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왔고 지난 2019년 로켓배송으로 주문한 대형가전을 전문기사가 설치해주는 '로켓설치'를 시작한 이후 적용 상품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