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설립 이후 작년 말까지 누적적자 4조8000억원을 기록 중인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3자 물류(3PL·third party logistics·다른 기업의 물품 보관, 배송, 재고관리 등의 일부를 대행해주는 것) 사업을 본격화할 채비에 나섰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7월 초 특허청에 쿠팡 글로벌 풀필먼트 등 물류 대행 서비스와 관련한 상표권을 출원한 데 이어 최근 3PL 업무를 담당할 부장급 직원 채용에 나섰다. 회사 측은 국제 물류와 3PL 운송과 관련한 창고 관리, 운송수단 구입 등의 업무를 관리할 전문가를 채용한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3자 물류 시작 시점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추가 서비스 확대를 위해 전국 단위 영업점 및 배송인력을 확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 물류센터에 주차돼 있는 배송차량들. / 쿠팡 제공

쿠팡은 물류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올해 초 국토교통부로부터 택배 사업자 자격을 취득해 3자 물류를 할 수 있는 법적 기준은 충족한 상태다. 그러나 더 많은 인력과 거점이 확보돼야 한다고 판단해 현재는 CLS가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만 배송하고 있으며 3자 물류는 하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쿠팡이 조만간 3자 물류 사업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설립 이래 영업적자를 면치 못했던 쿠팡이 보유한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단기간에 흑자로 돌아설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사업 부문이기 때문이다. 쿠팡의 전국 물류거점은 170여개로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 중 가장 많다.

이경자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쿠팡은 아마존처럼 3자 판매자에게 로켓배송을 개방함으로서 물류를 위탁받는 배송서비스로 물류시장에 본격 진출할 전망”이라며 “쿠팡은 이미 전국 배송망을 갖추고 있어 택배업체와 당장 경쟁이 가능하며 단시일에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쿠팡이 벤치마킹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2013년 설립한 3자 물류 회사 FBA(Fulfillment by Amazon)를 클라우드 사업과 함께 핵심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글로벌 물류 연구·컨설팅 회사인 암스트롱&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아마존의 미국 전자상거래 3PL 매출은 2017년 126억달러(15조원)에서 작년 318억달러(37조6000억원)로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3PL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른다.

쿠팡은 ‘계획된 적자’를 강조해왔지만 최근 흑자 전환에 대한 압박이 큰 상황이다. 공모가 35달러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했으나 주가가 계속 공모가를 밑돌고 있고, 주가가 오를만한 뚜렷한 호재도 없다. 8월 중순에 발표한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71% 증가해 5조원을 넘었지만 순손실이 작년 1억205만달러(1178억원)에서 올해 5억1860만달러(5985억원)로 급증하며 투자자들의 실망을 샀다. 주요 투자자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와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임원들이 일부 주식을 매각한 것도 악재가 됐다.

남성현 SK증권(001510) 연구원은 “쿠팡은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한 쇼핑 커머스와의 시너지, 3자 물류를 통한 배송 서비스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온라인 커머스 업체 중 차별적으로 시장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다만 추가적인 물류센터 착공과 다양한 사업영역 진출에 따른 비용 증가로 단기적인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