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가치를 전하는 이른바 콘텐츠 커머스에 집중하겠다."
장윤석 티몬 대표이사가 13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취임 첫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티몬의 새로운 사업 방향으로 '콘텐츠 커머스'를 제시했다. 장 대표는 "온라인 커머스에서 모바일 커머스로 변화해 온 이커머스 시장이 이제는 새로운 변화의 시기에 봉착했다"면서 "이제는 단순히 물건만 파는 게 아니라 가치를 함께 팔아야 하는 이커머스 3.0 시대"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콘텐츠 커머스는 이커머스 3.0 시대에 맞춘 티몬의 대안"이라고 했다. 상품 구매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데, 제품을 더 싸게 들여와 더 빠르게 배송하는 것만으론 성장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티몬이 구축한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 이야기가 담긴 상품을 결합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티몬은 지난 6일 짧은 동영상에 특화된 '틱톡(Tiktok)'과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콘텐츠 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틱톡 크리에이터들이 라이브커머스(실시간 모바일 생방송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와 연계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크리에이터를 쇼호스트로 육성, 라이브커머스에 출연하는 기회도 제공한다.
장 대표는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커졌지만, 대부분 라이브커머스는 방송 인프라에 상품을 얹는 방식"이라면서 "티몬은 크리에이터들이 주체가 돼 상품에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9월에는 사용자 제작 콘텐츠 기반의 영상 플랫폼 아프리카tv, 콘텐츠 제작사 프리콩과 협약을 통해 3사가 가진 방송 제작 인프라와 콘텐츠 제작 노하우를 연결한다고 발표했다.
티몬은 상품 판매와 가치 결합의 방안으로 상생도 제시했다. 제품력은 있지만 홍보가 되지 않아 판매가 쉽지 않은 소상공인 제품들을 소개 판매하는 '돈쭐내주자(돈+혼쭐내다)-돈쭐쑈'가 대표적이다. 또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나눔스토어 '기빙플러스'와 재고상품 기부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경북 포항시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소상공인 상생 협력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6월 티몬 수장에 오른 장 대표는 콘텐츠 부문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피키캐스트'로 유명한 모바일 콘텐츠 제작 회사 아트리즈 창업자로 크리에이터가 선별한 브랜드, 상품 설명과 고객 소통에 중점을 둔 콘텐츠를 기획해 왔다. 그는 "티몬의 '커머스 유전자(DNA)'에 '콘텐츠 DNA'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것만으로 유의미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가 티몬 성장의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티몬은 2010년 모바일 소셜커머스 1세대로 시장을 주도했지만, 2015년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지분율 98%)이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사업 확장 대신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면서 2018년 5000억원대 매출이 작년에 1512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10년 소셜커머스로 함께 출발한 쿠팡은 2014년 직매입 기반의 빠른 배송을 도입하며 작년에 매출 13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쿠팡은 2014년부터 제품을 싸게 직매입해 빨리 배송하는 고비용 사업모델로 영업적자를 감수하고 매출을 불렸다. 티몬은 비용이 많이 드는 직매입 사업은 접고 기존에 강점을 가졌던 특가딜을 세분화하는 데 집중했다.
티몬은 올해 기업공개(IPO) 계획을 철회했다. 현 상태로는 대주주인 사모펀드(PEF)가 원하는 1조7000억~2조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장윤석 대표는 "과거의 영광을 잃고 쪼그라들었지만, 2017년 국내 이커머스 처음으로 라방을 시작한 이후 3000여회 이상 라이브방송을 진행하는 노하우와 경쟁력을 여전히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콘텐츠 부문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도 진행하고 있다. 취임 한 달 만인 지난 7월 티몬만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대표 직속의 '이삼팀'을 발족했다. 지난 8월부터는 라이브커머스 전문 플랫폼인 티비온 내 방송 제작팀을 인력을 대폭 충원하고 있다. 회사 내 팀원 간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영어 이름 사용도 구현했다. 장윤석 티몬 대표의 영어 이름은 '조이'다.
장 대표는 "'규칙 없음'으로 대표되는 넷플릭스의 자율과 책임이라는 기업문화를 벤치마킹해 티몬이 치열한 커머스 경쟁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콘텐츠 전략을 실행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운영 체제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며 "티몬 혼자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상생이라는 방향성을 기본으로 고객은 물론 협력사와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