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에브리데이, 롯데슈퍼 등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즉시 배송'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여파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올 들어 꾸준히 매출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 서비스에 기반을 둔 신선식품 강화 움직임도 눈에 띈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에브리데이는 8월 말부터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생필품을 주문하면 즉시 배송해 주는 '스피드 e장보기'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마트에브리데이 관계자는 "서울 서초구와 경기 동탄 등 점포 3곳에서 시범 운영한 후 연내 50여개 점포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는 SSM GS더프레시도 즉시 배송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GS더프레시는 자체 배달 앱인 '우리동네딜리버리'를 통해 '49분 번개 배달'을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GS더프레시 점포를 온라인 주문·배송에만 쓰이는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GS더프레시 매장 외관. / GS리테일 제공.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지난 3월부터 1시간 즉시 배송 서비스 운영을 시작했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7월 즉시 배송 서비스 매출은 서비스 시행 초기 대비 275% 넘게 증가했다. 롯데슈퍼도 '퇴근길 한시간 배송' 서비스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는 등 즉시 배송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SSM은 즉시 배송이 성장 정체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이마트에브리데이, 롯데슈퍼, GS더후레쉬,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 4개 SSM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9.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매출이 증가한 것과 대조된다.

백화점은 명품을 중심으로 한 보복 소비, 대형마트는 온라인몰 강화 효과를 누렸지만, SSM은 이렇다 할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편의점이 생활권에 촘촘히 박혀 있는 근거리 유통채널이라는 장점을 앞세워 판매 상품군을 강화하자 다양한 품목을 판매하는 SSM의 장점마저 약해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필요한 물건만 잠깐 사러 다녀오는 곳이었던 편의점이 '집콕 시대'를 맞아 생활 쇼핑의 주요 채널로 자리 잡았다"면서 "편의점에서 안 파는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8% 반등했던 SSM 매출은 8월에는 5.3% 감소했고, 점포 수는 지난해 8월 1246개에서 올해 8월 1112개로 줄었다.

'롯데 프레시앤델리'로 간판을 바꾼 롯데슈퍼 상계11점. / 롯데쇼핑 제공

SSM은 최근 신선식품에도 힘을 주고 있다. 롯데마트는 SSM인 롯데슈퍼의 간판을 '롯데 프레시 앤 델리'로 교체하고, 신선·즉석식품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 강화와 함께 매장 재단장을 통해 최근 소비자 수요가 높은 밀키트와 반찬류 판매 코너를 확대했다.

GS더프레시는 전용 직영 농장을 운영하면서 품질 규격화, 시즌 상품 산지 예약 판매 등을 확대하고 있다. SSM 관계자는 "편의점이 동네 상권을 흡수하면서 설자리를 잃었다"면서 "신선식품에는 강점이 있다고 판단해 품질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SSM 가맹점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개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SSM이 개정안 통과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SSM 매장 중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은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을 받는 준대규모점포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SSM은 대형마트와 달리 주거지에 가까이 있고, 신선식품 등에서 편의점 대비 품목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서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규제가 없어질 경우 물류거점으로써 성장 가능성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개정안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