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가죽끈을 감은 로에베의 '가죽 매듭 스톤', 가격은 개당 44만원이다. /로에베

스페인 명품 브랜드 로에베는 지난달 '돌'을 출시했다. 가격은 44만원으로, 400g 정도 되는 동그란 돌에 소가죽 끈을 둘러 장식했다. 일본 전통 매듭 방식을 적용해 만들었다는 이 돌의 용도는 집을 꾸미는 장식품. 로에베는 화병, 향초 등을 파는 홈 상품군에서 돌을 판매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리빙 시장이 성장하면서 초고가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명품 가방을 사듯 고가의 가구와 소품을 들이는 수요가 늘어난 결과다.

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리빙 상품군의 매출은 지난해 16% 성장한 데 이어 올해(1~7월) 전년 대비 33% 성장했다. 특히 백화점 주 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한 말·1981~2010년생)의 객단가가 전체 평균보다 1.5배 높았다. 이 백화점이 운영하는 영국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더콘랍샵'의 경우 MZ세대가 매출의 47%를 차지했다.

지난 1일 롯데백화점 건대 스타시티점에 연 '테일러드 홈'. /롯데백화점 스타시티점 인스타그램

이에 롯데백화점은 프리미엄 리빙 매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 잠실점 9·10층을 프리미엄 리빙 전문관 '프라임 메종드잠실'으로 개편하고, '세계 4대 식기' 브랜드로 꼽히는 헤런드, 웨지우드, 마이센, 로얄코펜하겐을 국내 백화점으로 유일하게 모두 입점시켰다. 지난 1일에는 건대 스타시티점에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테일러드 홈'을 선보였다. 백화점 관계자는 "잠실점은 고가 프리미엄 제품이 전점 평균보다 2배 더 팔리는 점포로, 올해 리빙 매출이 40%대 신장했다"라며 "고객들의 높은 안목에 부응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 유치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069960)도 계열사 현대리바트(079430)를 통해 지난 8월 이탈리아 초고가 가구 죠르제띠를 무역점과 판교점에 선보였다. 대표 제품인 1인용 흔들의자 '무브'는 3400만원, '에라스모' 책상은 8000만원대다. 주방 가구의 경우 2억원에 육박하는 제품도 있다. 해외에선 왕실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애용하는 브랜드로, 국내에서도 재력가들이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죠르제띠의 1인용 흔들의자 '무브', 가격은 3400만원. /현대리바트

2018년 까사미아를 인수해 운영하는 신세계(004170)도 초고가 가구 라인인 '까사미아 셀렉트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월 수입해 선보인 스웨덴 럭셔리 침대 카르페디엠베드의 경우 가격이 10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데, 출시 3개월 만에 매출이 500% 신장했다.

온라인 플랫폼도 프리미엄 리빙에 주목한다. 오늘의집은 올해 3월 스토어 내 프리미엄 카테고리를 신설한 후 3개월간 거래액이 78% 신장했다. 명품 패션 쇼핑 플랫폼 트렌비도 지난 8월부터 홈 리빙 제품군을 신설해 덴마크 조명 브랜드 루이스폴센, 앤트레디션, 아르텍 등을 판매하는 중이다.

유통업계가 앞다퉈 초고가 리빙 제품을 판매를 확대하는 이유는 리빙 시장이 성숙해짐에 따라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집안 내부를 공유하고 자랑하는 게 보편화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탈리아 명품 에르메스가 2017년 출시한 문진, 가격은 840달러. /에르메스

업계에선 "포스트 럭셔리는 리빙"라는 말도 나온다. 명품 브랜드의 경우 의류에서 시작해 잡화, 화장품을 거쳐 홈 인테리어 상품군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게 성장 수순으로 여겨진다. 에르메스, 아르마니, 구찌, 디올 등도 리빙 상품군을 운영 중이다. 개성을 강조하다 보니 로에베의 돌처럼 황당한 상품을 출시해 논란을 사기도 한다. 에르메스도 앞서 2017년 문진용 돌을 840달러에 팔아 "반려 돌을 비싸게 팔았다"는 평을 얻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인테리어 시장은 다양한 가격대와 취향이 공존하는 광범위한 시장"이라며 "프리미엄 리빙 시장은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향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지난해 41조5000억원에서 올해 6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