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139480)가 지난 10일 부산 연제점 내 ‘PP센터’ 규모를 기존 347㎡에서 1587㎡로 5배 가까이 확대했다. 고르고(Pick) 포장한다(Packing)는 의미를 담은 PP센터는 고객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른바 ‘다크 스토어(Dark Store)’다. 이곳은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직원이 물건을 고르고 포장하는 곳으로, 온라인 쇼핑에만 대응한다. 이마트는 PP센터 강화를 핵심경쟁력으로 꼽고 전국 110여개 점포에 다크 스토어를 구축했다.
이마트가 다크 스토어를 늘리는 이유는 고객들의 장보기가 매장 방문에서 비대면·온라인 중심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6조1996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9% 증가했다. 음식서비스가 14.7%(2조3778억원)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형마트의 주요 판매 영역인 음·식료품, 생활용품 부문도 각각 12.8%(2조676억원), 8.9%(1조4414억원)를 차지했다.
롯데쇼핑(023530)의 롯데마트는 오프라인 손님이 줄고 온라인 주문이 급증하자 지난해 11월 말 잠실점 매장 뒷공간을 다크 스토어로 만들었다. 구리점에도 다크 스토어를 구축해 장보기 전문 직원들이 매장 코너를 돌며 주문한 물건을 골라주고 지역별 분류 작업을 거쳐 2시간 단위로 배송한다. 올해 들어선 다크 스토어 매장을 서울 강북 외에 경기·인천 일부 지역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다크 스토어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풀필먼트센터(Fulfillment Centre·FC)’라는 이름으로 국내 대형마트 중 가장 먼저 다크 스토어를 도입한 홈플러스의 경우 다크 스토어 보유 매장의 온라인 매출 증가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인천 계산점과 수원 원천점, 안양점 등 홈플러스가 지난 한 해 동안 다크 스토어를 구축한 매장들의 평균 매출 증가율은 6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마트들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다크 스토어의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주차장이나 창고 등을 이용해 신규 물류센터 시공에 드는 비용과 시간도 크게 아꼈다. 또 기존 매장은 인구 유동성이 높은 주요 상권에 위치하기 때문에 배송 시간과 비용도 절감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의 다크 스토어는 매장 재고를 다크 스토어에 넣을 수 있어 재고관리나 빠른 배송이란 온라인 대응 등에서 이익”이라고 말했다.
다크 스토어 시장의 개척자로 불렸던 배달 플랫폼업체는 대형마트와의 제휴를 원하고 있다. 수도권 30여곳에 다크 스토어를 두고 B마트라는 이름으로 생필품 등을 배송하는 배달의민족은 대형마트 입점 제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주요 상권에 위치한데다 상품도 많아 생필품 배달로 사업을 확대한 배달 플랫폼 업체에겐 두려움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의 다크 스토어 구축은 세계적인 추세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쇼핑 행태가 바뀌면서 배송 시간 단축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대형마트 ‘허마셴성(盒馬鮮生)’은 다크 스토어를 통해 ‘매장 인근 3㎞ 지역, 30분 내 도착’을 실현했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대형마트의 다크 스토어는 온라인 쇼핑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물류비를 극단적으로 낮춰줄 수 있다”면서 “중소규모 마트도 다크 스토어를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