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아마존 오픈하자마자 구매했습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반값이네요. 5일 만에 왔고요.”

이달 초 10만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한 한 국내 FPS(First-person shooter·1인칭으로 총을 쏘는 게임) 네이버(NAVER(035420)) 카페가 11번가와 아마존 이야기로 들썩였다. 이들은 게임 장비의 하나인 마이크를 9만원~10만원대에 주문했다며 너도나도 인증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 제품은 미국 마이크·헤드폰 전문 브랜드 블루 마이크로폰의 USB 마이크다. 그동안 한국에 정식 유통되지 않았고 인터넷을 통해 20만원대에 거래됐다.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판매했던 블루 예티 X USB 마이크. / 11번가 홈페이지 캡처

이 제품은 게임이나 유튜브 개인방송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잡음을 깨끗하게 제거하는 고음질 기술이 적용돼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방송을 촬영할 때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ASMR은 소리에 집중하게 해 신경에 안정을 주는 것으로 주로 음식을 먹는 방송을 할 때 많이 쓴다.

이 제품은 현재는 판매가 중단됐다. 11번가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시작한 8월 31일 판매를 개시하자마자 주문이 몰리면서 준비한 물량이 소진됐다. 11번가 내부 관계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한 관계자는 “국내 유튜버들이 전부 이 마이크를 산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주고받을 정도로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11번가가 자사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아마존 해외 직구(직접 구매)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선보인 이후 9월 6일 기준으로 전체 해외 직구 거래액은 한달 전(7월 31일~8월 6일) 대비 3.5배 이상 확대됐다. 모회사인 SK텔레콤(017670)의 구독 서비스 ‘T우주’에 가입하면 ‘아마존 해외배송 무제한 무료’ 혜택을 준다. 그동안 배송비만 1만원 이상 내고 직구를 해야 했던 고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잘 팔리는 상품을 보면 기존 해외 직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허브, 쿠팡, G마켓의 베스트셀러와는 다르다. 아이허브, 쿠팡은 판매량 상위제품이 대부분 건강보조제품이다. 미국 건강보조식품 회사 나우푸드 제품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G마켓에선 국내보다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태블릿PC, 커피머신, TV, 공기청정기 등 전자기기가 잘 팔린다.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잘 팔린 상품 순위. / 11번가 홈페이지 캡처

11번가에선 캠핑용품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인 스탠리의 텀블러, 콜맨의 침낭, 캠핑 의자 등 기존에 국내 이커머스에서도 살 수 있었지만 가격이 최소 10% 이상 비쌌던 제품이 1~5위에 이름을 올렸다. 11번가는 현재 2만8000원 이상 구매할 경우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아도 무료로 배송을 해주고 있어 저렴하게 살 수 있다. 해외 직구는 구매 후 물건을 받기까지 통상 6~12일이 걸리지만 11번가는 빠르면 5일 안에 도착해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

주부들 사이에서 ‘절대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으로 유명한 미국 주방용품 브랜드 롯지의 무쇠팬도 가장 많이 팔린 상품 1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상품은 26.7㎝(10.5인치) 크기가 1만8890원에 판매되고 있는데 그동안 배송비를 포함해 3만원대에 살 수 있었던 제품이다. 이 브랜드의 다른 프라이팬도 판매량 상위권에 여럿 이름을 올렸다.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잘 팔리는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타이머(왼쪽에서 두번째 상품). / 11번가 홈페이지 캡처

소리가 나지 않는 타이머도 판매량 32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50위권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째깍째깍 소리가 나지 않아 시간을 정해두고 집중해서 공부를 하는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시계 화면이 빨간색 원으로 돼 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빨간색이 지워져 시간 경과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1번가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이 해외직구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동시에 고객들이 11번가에 머무르는 시간도 길어졌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구매고객의 상품 탄색 빈도(페이지뷰)는 기존 11번가 고객 대비 4배 높았다. 현재까지는 11번가와 소비자 모두 윈윈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직 서비스 초기인 만큼 11번가와 아마존이 한국 직구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의 품질이 계속 유지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의 흥행을 보고 경쟁사가 새롭고 획기적인 서비스로 반격할 여지도 남아있어, 11번가가 해외 직구 시장의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를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