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크라상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제과점 파리바게뜨 매장. / 조선비즈DB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이 베이커리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로 국내 베이커리 시장을 양분해 온 파리크라상과 CJ푸드빌이 긴장하고 있다. 파리크라상과 CJ푸드빌은 동반성장위원회 출점 제한으로 전년 대비 2% 이내 확장이란 규제를 받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3 편의점으로 통하는 GS25, CU, 세븐일레븐은 올해 독자 베이커리 브랜드를 잇달아 출시했다. 지난 1월 GS리테일(007070)은 베이커리 브랜드 ‘브레디크’를 출시해 편의점 GS25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세븐일레븐은 4월에 ‘브레다움’을 출시했고, 편의점 CU는 지난 6월 ‘뺑 드 프랑’이라는 빵 브랜드를 내놨다.

대형마트 이마트(139480)신세계(004170)그룹 계열사 2곳과 손잡고 베이커리 시장에 진출했다. 신세계푸드가 ‘새벽빵’이라는 이름으로 개발한 크로와상, 스콘, 베이글 등을 이마트가 매장에서 구우면 SSG닷컴이 당일배송하는 식이다. 홈플러스는 2008년부터 운영한 자체 베이커리 브랜드 ‘몽블랑제’ 사업 규모를 올해 온라인몰 등으로 확대하고 나섰다.

베이커리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5년 3조7319억원이던 국내 베이커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4조2812억원으로 성장했고 2023년에는 4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간식 정도에 머물렀던 빵이 이제 한 끼 식사가 되고 있다”면서 “여기에 ‘빵지순례’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맛있는 빵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도 ‘빵 및 떡류’의 가계당 월평균 소비 지출액은 2019년 2만2000원에서 지난해 2만5000원으로 10%가량 증가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제과점 뚜레쥬르 매장 내부. / CJ푸드빌

하지만 파리크라상과 CJ푸드빌은 시장 성장의 수혜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파리크라상 매출은 지난해 4조2729억원(연결 기준)을 기록해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매출의 약 절반을 뚜레쥬르에서 올리는 CJ푸드빌은 지난 2014년을 끝으로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매출액은 2018년 1조544억원에서 2019년 8903억원, 2020년 5594억원으로 줄었다.

파리크라상과 CJ푸드빌은 2013년에 동반성장위원회가 프랜차이즈 제과점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실적이 악화했다고 보고 있다. 이 규제로 파리크라상과 CJ푸드빌은 신규 출점 점포 수가 전년말 점포 수 대비 2% 이내로 제한되고 비프랜차이즈 제과점과의 거리가 500m 이내일 경우 추가로 가맹점을 낼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따르면 파리크라상의 파리바게뜨 매장 수는 2018년 3412개에서 2019년 3422개로 10개 증가한데 그쳤다. 같은 기간 CJ푸드빌 뚜레쥬르는 1335개에서 1291개로 오히려 44개 줄었다. 재계 관계자는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매각이 불발된 데는 신규 출점 수 제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신세계푸드, SSG닷컴과 손잡고 내놓은 베이커리 브랜드 '새벽빵'. / SSG닷컴

CU 1만4923개, GS25 1만4688개, 세븐일레븐 1만501개 등 전국에 4만 개(지난해 말 기준)가 넘는 지점을 가진 편의점이 베이커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파리크라상과 CJ푸드빌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비자들이 빵을 식사 대용으로 찾으면서 집 근처 편의점에서 빵을 사는 빈도도 늘고 있다. CU가 분석한 입지별 빵 매출 동향 결과에 따르면 주택가에 위치한 점포에서의 작년 빵 매출은 전년 대비 23.0% 늘었다. 이는 전체 매출 성장률(10.2%)을 크게 웃돈 수치다. GS리테일의 브레디크빵은 출시 100일 만에 누계 판매량 510만 개를 넘어서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 가맹점주들은 출점 제한 규제를 풀어달라고 주장한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가맹점주협의회 정진명 사무국장은 “10년 가까이 이어진 출점 제한 규제로 성장에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4만여 곳에 달하는 편의점들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은 공동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분담하고 있는데, 신규 가맹점이 늘지 않아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베이커리업계는 마케팅 강화로 시장 수성에 나서는 모양새다. 뚜레쥬르는 교촌과 어몽어스, 디즈니와 협업해 신상품을 내놓고 배달 매출 증가에 대응해 요기요에서 할인 행사도 열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6월 샌드위치와 샐러드 등 신선식품 제품군을 아우르는 브랜드 ‘델리셔스’를 출시해 품목 확장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