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 1월 출시한 컵커피는 빨대가 없다. 편의점 컵커피에서 빨대를 뺀 국내 첫 사례다. 그동안 편의점이 내놓은 컵커피는 상품 표면에 플라스틱 빨대가 부착돼 있고 소비자들이 이를 컵 뚜껑에 꽂아 마셔야 했다.

세븐일레븐이 지난 1월 편의점 최초로 출시한 빨대 없는 컵커피. / 코리아세븐 제공

세븐일레븐은 작년 11월 유가공식품 전문업체 서울F&B와 친환경 상품 개발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맺은 뒤 ‘빨대없는 컵커피’를 내놨다. 뚜껑을 열고 용기를 막아둔 얇은 종이를 벗겨낸 뒤 다시 뚜껑을 닫고 마시면 된다. 이 상품은 8월 매출이 출시 초기인 2월 대비 63%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이 커피, 물, 샐러드 등 주력제품에서 플라스틱을 없애고 있다. 즉석식품을 주로 판매하는 편의점은 그동안 환경 파괴 주범으로 손꼽혀왔지만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경영의 화두가 되고 소비자들이 가치 소비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미지 전환에 나서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초 ESG 경영을 선언하고 사회적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이 지난 1월 ESG 태스크포스(TFT)를 구성, ESG 관련 활동을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친환경 상품을 개발했거나 개발하는 과정에 기여한 직원들은 인사고과에 긍정적으로 반영하는 방식이다.

최경호 세븐일레븐 대표는 “지속 가능한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이 되기 위한 첫 단추로 2021년을 ESG 경영의 원년으로 삼고 향후 10년간 집중적인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며 “ESG 경영 실천을 통해 경영주, 고객, 파트너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샐러드 용기 친환경으로...물은 라벨 없애고 봉투도 100% 자연분해

3월에는 친환경 용기인 바이오 페트(PET)를 적용한 샌드위치·샐러드 상품을 내놨다. 바이오페트는 사탕수수 추출물을 30% 활용한 친환경 페트 용기다.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20%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100% 재활용이 가능하다.

두달 뒤인 5월에는 라벨이 없는 자체 브랜드(PB) 생수 ‘얼쑤얼水’를 출시했다. 지구를 뜻하는 어스(Earth)와 물을 뜻하는 한자 수(水)를 합해 ‘지구를 지키는 물’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라벨을 아예 없앴고 병뚜껑에 7조의 멸종 위기 동물 그림을 넣었다.

세븐일레븐이 지난 5월 출시한 무라벨 자체 브랜드(PB) 생수 얼쑤얼水. / 코리아세븐 제공

7월엔 생분해성 원료를 사용해 만든 친환경 비닐봉투도 선보였다. 친환경 봉투는 100%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져 땅에 묻으면 180일 이내에 자연 분해돼 일반쓰레기로 버릴 수 있다. 이 제품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지역 환경오염과 유해물질 최소화를 위한 인증 마크를 받았다.

세븐일레븐은 ESG 경영 활동을 인정 받아 지난 5월 UN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지속가능개발목표(UN SDGs)가 발표하는 국제 친환경 인증 GRP(Guidelines for Reducing Plastic Waste & Sustainable Ocean and Climate Action Acceleration)에서 편의점 업계 최초로 최우수 등급 AAA를 받았다.

이 회사는 작년부터 업계 최초로 업무용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기 시작했다. 같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렌탈과 협력해 현재까지 160대의 차량을 내연기관 차량에서 전기차로 교체했다. 향후 매분기별 정기 수요조사를 통해 친환경 차량 지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은 작년부터 롯데렌탈과 손잡고 업무용 차량을 친환경 전기차로 교체하고 있다. / 코리아세븐 제공

◇ 전국 1800개 점포 ‘아동지킴이집’으로…ESG, 직원 평가에 반영

세븐일레븐은 학대 아동, 한부모 가정 등 사회의 손길이 필요한 소외계층을 돕는 사회 인프라로서의 편의점 역할 정립에도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전국 1만여개 점포 가운데 1800개를 학대 받는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제공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중이다. 세븐일레븐 아동안전지킴이집 점포는 아동학대 예방에 대한 안내와 아동학대 여부에 대한 관찰, 신고, 아동 임시보호소 역할 등을 할 예정이다.

지난 5월에는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한부모가족회 한가지와 함께 인천 계양구에 상생 편의점 ‘엔젤스토어’를 문열었다. 세븐일레븐은 이 매장의 가맹가입비, 교육비 등 점포 운영에 필요한 초기 투자금을 지원했고 향후 한부모 가족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지난 5월 인천 계양구에 문연 엔젤스토어 1호점. / 코리아세븐 제공

환경, 사회에 대한 관심과 함께 선진적인 조직문화 확립도 세븐일레븐의 올해 경영혁신 화두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작년 말 ‘리스펙스 7 캠페인’을 선포하고 올해부터 △동료·부서 간 이해와 관심 △상호존중과 예의 △업무 책임감 △스마트워킹과 정시퇴근 △짧고 굵은 회의 △빠르고 명확한 업무지시 △업무 다이어트(비효율 제거)의 실천과제를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