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페이'로 불리는 간편결제 시스템 구축이 유통가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가 증가한 가운데 구매 버튼만 누르면 바로 결제되는 간편결제를 소비자가 먼저 찾고 있어서다. 중고거래 플랫폼은 물론 서비스 구축에 미온적이었던 대기업들까지 서둘러 간편결제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이르면 내달 간편결제 시스템 '당근페이'를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초 간편결제 시스템 자회사 당근페이를 설립한 당근마켓은 지난 8월 금융감독원으로 전자금융업 사업 등록 허가를 신청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당근페이 서비스 시행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은 지난 4월 'H.포인트페이'라는 이름의 상표권을 등록했다. 2015년 7월 신세계(004170)그룹이 유통업체 중 처음으로 간편결제 시스템(SSG페이)를 선보이고 롯데쇼핑(023530)이 롯데멤버스 'L페이' 도입하는 동안에도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 구축에 나서지 않았던 것과 대조된다. 이랜드그룹은 하반기 중 'E페이'를 출시할 예정이다.
유통업계가 자체 간편결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결제의 간편성이다. 지난 5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 지급결제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평균 간편결제 이용 건수는 2016년 210만 건(645억 원)에서 지난해 1454만 건(4492억 원) 으로 급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빈도가 늘어났고, 온라인 구매를 할 때 결제의 간편성도 중요해졌다"면서 "유통업체가 먼저 결제 방식을 편하게 구축해야 상품을 팔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OO페이는 일상에서 익숙한 결제수단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록인(lock-in) 효과'를 통해 잠재 매출을 보장받는 것도 장점이다. 선불 충전이 되는 간편결제 시스템을 통해 자사 플랫폼에 고객을 묶어둘 수 있다. 예컨대 9000원짜리 상품을 사고자하는 고객이 1만 원을 충전하게 해 남은 금액 사용을 위해 다시 자사 플랫폼을 찾게 하는 식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 가입자 대상으로 간편결제 시스템인 스마일페이 적립금을 제공한 바 있다. 쿠팡은 로켓와우에 가입한 뒤 쿠페이로 결제하면 결제액의 5%를 적립해 주는 마케팅을 전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리 충전해 두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선불 충전금은 록인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플랫폼 사업자들의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결제대행 수수료 절감과 데이터 확보도 가능하다. 유통사는 자체 간편결제를 활용해 결제대행업체에 주는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SSG닷컴 관계자는 "SSG페이 결제수수료 수익을 재무제표상 기타 매출로 잡고 있다"면서 "선불충전금은 고유재산과 구분해 금융기관에 신탁, 자산(부채) 항목에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 구축한 간편결제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들의 구매 데이터도 확보할 수 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타깃 광고를 통한 매출을 증대를 노릴 수 있고 데이터 판매를 통한 수익 확보를 노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간편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사전에 현금을 충전해 사용하는 간편결제는 충전금의 원금 보전을 위해 금융당국에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체(선불업)로 등록하고 실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선불업 등록 조건은 상당히 까다롭다.
기업법무를 전문으로 하는 법률사무소 다감 장유진 변호사는 "금감원으로부터 선불업 등록 허가를 받기 위해선 자본금이 20억 원 이상이어야 하고, 전산업무 종사 경력 2년 이상 임직원이 5명 이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통가 페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쿠팡(쿠페이), SSG닷컴(SSG페이) 등은 모두 선불 충전 기능을 갖춘 상태다.
이 때문에 충전금 없이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등록만으로 간편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유통사들도 늘고 있다. 충전금을 통한 록인 효과는 거둘 수 없지만 고객의 결제 편의를 높이려는 의도다. 지난 달 동원디어푸드가 선보인 간편결제 동원페이는 PG 등록만 된 간편결제 서비스다. 비밀번호를 활용한 신용카드 연동을 통해 간편결제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