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는 31일 자정부터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오픈했다.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 메인 화면. /11번가 캡처

11번가와 아마존이 협업한 ‘글로벌 스토어’가 31일 자정부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아마존을 등에 업은 11번가가 시장 점유율 확대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이날 첫 선을 보인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한국화에 상당히 공을 들인 모습이다. 가격 표시를 달러가 아닌 원화로 표시하고,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배송 예상 시간을 가격 밑에 넣었다. 상품마다 배송 기간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배송 기간이 짧은 상품은 4~6일, 긴 상품은 6~10일 가량 걸린다.

◇ 쿠팡보다 배송 느리지만...국내 최저가보다 30% 저렴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보다 배송은 느리지만 아마존은 저렴한 가격으로 이를 상쇄한다. 특히 디지털 기기의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국내 쇼핑몰 최저가보다 30% 가량 낮은 가격에 팔린다. 가령 국내 최저가(네이버 쇼핑 기준)가 32만 원대인 DJI사의 오즈모 포켓 카메라는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22만 원에 판매 중이다. 국내 최저가가 14만3000원인 커세어 무선 헤드셋도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선 9만168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직구족들이 많이 찾는 아웃도어·스포츠 용품과 주방·생활용품 가격도 국내 최저가보다 낮았다. 아마존 핫딜에 등록된 콜맨 캐빈텐트 4인용은 12만9220원에 판매 중인데, 이 제품의 국내 쇼핑몰 최저가는 24만원을 넘는다.

아마존US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가격이 더 낮은 제품도 다수였다. 구강 위생기 ‘워터픽’(WP-560)의 아마존US 가격은 69.99달러. 이날 환율(1159.50원)을 반영하면 8만1167원이지만, 11번가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는 7만7760원에 판매하고 있다. 디월트사의 콤팩트 드릴 드라이버도 아마존US 판매가격은 115.99달러로 원화로는 13만4467원이지만,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는 12만8870원에 판매 중이다.

아마존US에서 구입하면 배송비 10달러 이상을 내야 하지만,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선 무료로 제품을 받을 수 있어 실제 구매 비용 격차는 더 벌어진다. 배송 기간도 아마존US에서 구입하면 15~28일 가량 걸리는 것을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는 10일 이내로 단축시켰다.

해외 직구족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아마존US’에 비해 상품 가짓 수는 적지만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했고, 월정액 멤버십 ‘우주패스’ 가입자나 2만8000원 이상 상품을 구매하면 무료 배송 혜택을 제공하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월 4900원을 내고 우주패스를 가입하면 5000원 할인 쿠폰 2장과 SK페이 포인트 3000점을 제공받는다는 점도 직구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역직구는 막혀… 까다로운 반품·환불 절차는 단점

다만 삼성·LG 등 국내기업 상품을 역직구 방식으로 구입하는 것은 막혀있다. 그동안 직구족들은 TV 등 일부 가전제품 가격이 국내보다 외국이 저렴하다는 점을 이용해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 금요일로 미국 유통가의 대표적인 세일 시즌) 때에 역직구로 구입해 왔다.

상품 주요 정보가 빈약한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상품 정보는 영어 원문을 직역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상품 설명만 봐서는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반품 절차도 경쟁 이커머스보다 까다롭다.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구입한 상품을 반품하려면 상세한 사유와 상품 사진을 첨부해야 한다. 환불 금액은 사진 확인 후에 책정이 된다. 반품 발송도 구매자가 직접 해야 하며, 반품 관련 문서(RMA)를 직접 인쇄해 박스에 동봉하거나 부착해야 한다. 이후 판매자가 상품을 수령한 후에야 반품 절차가 완료된다.

11번가 관계자는 “반품 절차 간소화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아마존의 반품 정책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소 까다로운 면이 있어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전담 고객센터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