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기업 11번가가 머지포인트를 구매한 소비자 전원에 대한 환불 방침(10일 구매분)을 밝히면서 이커머스 업계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머지포인트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선불 할인 서비스인데요. 국내 오픈마켓을 통한 누적 판매금액이 3000억 원을 넘었지만 '무조건 환불' 방침을 정한 것은 이커머스 최초입니다.

그런데 이 사실이 알려진 날 밤 머지포인트 운영사는 돌연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환불을 일시 중단한다"고 밝혔습니다.

11번가와 중복 환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판매채널사와 빠른 협의를 통해 정책을 재정리해 신속히 환불을 재개하겠다. 가급적이면 중복 신청을 지양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11번가가 고객 구제라는 선의에서 대승적으로 결정한 '무조건 환불'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던 머지포인트 환불을 중단시키는 나비효과를 불러온 겁니다.

11번가가 "머지포인트의 결정에 관계없이 환불은 계속 진행한다"고 밝힌 가운데, 주요 오픈마켓 관계자들은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화 됐다"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11일 선불 할인 서비스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가 늦은 밤 돌연 판매 중단 및 사용처 축소를 발표하면서 이용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본사로 찾아가 환불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 연합뉴스

머지포인트를 최근까지 판매한 오픈마켓은 티몬, 위메프, G마켓, 옥션, 롯데온 입니다. 이들은 대형마트·편의점·카페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머지포인트를 중간상인을 통해 20% 할인된 가격에 팔았습니다.

소비자들은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머지포인트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등록한 뒤 현금처럼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회원수는 100만 명에 이릅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머지포인트를 선불전자지급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리면서 불거졌습니다. 이 서비스가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른 선불전자지급 수단임에도 머지플러스가 발행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로 영업해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머지플러스는 11일 밤 포인트 판매를 중단, 사용처를 축소한다고 기습 발표 했습니다.

이 사태 이후 오픈마켓들은 아직 사용하지 않은, 즉 모바일 앱에 사용 등록을 하지 않은 머지포인트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요구하면 환불을 진행했습니다. 아직 뜯지 않은 새 상품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반면 모바일 앱에 사용 등록을 한 머지포인트의 경우 이미 사용 개시가 됐으므로 어느 가맹점에서 얼마나 썼는지 확인이 불가능해 환불이 어렵다고 안내했습니다.

11번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구동 화면.

그런면에서 11번가의 '무조건 환불'은 파격적인 결단입니다. 일각에선 11번가를 시작으로 다른 오픈마켓들도 무조건 환불에 동참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지만, 오픈마켓 측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11번가와 다른 오픈마켓들은 상황이 다르다는 거죠. 환불 대란이 불거지기 바로 전날까지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11번가와 달리 다른 회사들은 8월초에 판매를 종료해 중간상인에게 이미 납품대금이 넘어갔습니다.

11번가는 아직 중간상인에게 지급하지 않은 납품대금 일부를 고객 환불 대금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다른 이커머스는 사실상 100%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겁니다.

매년 수십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이커머스들에겐 단순히 소비자 보호를 위한 대승적 결단이 아닌, 생사가 걸린 문제입니다.

오픈마켓이 소비자들에게 직접 환불을 해주기 보다 납품대금을 예정대로 지급해, 돈이 머지플러스로 흘러가도록 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한 국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머지플러스가 환불을 안하고 있다면 모를까 더디지만 진행중"이라며 "운영자금 원천 중 하나가 중간상인이 오픈마켓에게 받은 납품대금일 것이므로 예정대로 정산을 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11번가 측은 "11번가에서 판매된 금액이 전체 판매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만약 11번가의 환불 조치로 인해 머지포인트 환불에 문제가 생긴다면, 회사 측 자금 운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국내 주요 오픈마켓에서 머지포인트를 판매하는 모습.

오픈마켓이 속시원히 무조건 환불을 하지 못하는 또다른 이유는 고객이 머지포인트를 어디서 얼마나 썼는지를 머지플러스만 알기 때문입니다. 머지포인트는 고객의 구입금액 중 사용금액을 토대로 환불액을 산정할 수 있지만 오픈마켓은 불가능합니다.

현재 머지포인트는 내부 기밀이란 이유로 오픈마켓에게 구입자별 이용금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고객이 환불을 얼마나 받았는지도 밝히지 않습니다. 오픈마켓은 고객이 머지포인트, 자사에서 중복 환불 신청을 해도 걸러낼 방법이 없죠.

대부분의 오픈마켓이 '이미 사용등록을 마친 머지포인트에 대한 환불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11번가와 마찬가지로 비교적 최근까지 머지포인트를 판매했던 위메프는 고민이 역력한 기색입니다. 이 회사는 8월 6일부터 9일까지 머지포인트를 팔았습니다.

위메프 관계자는 "포인트를 (앱에) 등록한 경우 이용내역 등 파악이 불가하며, 피해를 입은 고객 구제를 위해 파트너사와 지속적으로 논의중"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