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고급 식료품점 PK마켓을 열 예정인 이마트(139480)가 미국 법인 대표를 최근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고급 식료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미국 사업이 처음 흑자를 낸 가운데, 미국통을 대표에 앉혀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의도로 풀이된다.

스타필드 고양에 입점한 PK마켓 외관. / 이마트 제공

24일 이마트(139480)에 따르면 미국 법인인 PK리테일홀딩스 대표가 지난 2분기 형태준 부사장에서 김성태 상무로 교체됐다. PK리테일홀딩스 대표 교체는 2년 만이다.

PK리테일홀딩스는 이마트가 2018년 세운 미국 법인으로 지주회사다. 미국 현지 슈퍼마켓 체인인 브리스톨팜스, 뉴시즌스마켓을 운영하는 굿푸드홀딩스를 산하에 두고 있다.

이번 대표 교체는 작년 말 이뤄진 미국 법인 조직개편에 따른 후속조치다. 그동안 PK리테일홀딩스는 지주회사 역할과 독자 브랜드인 PK마켓 브랜드 사업을 담당하고 있었으나 이마트는 작년 조직개편에서 사업 부문을 떼어내 굿푸드홀딩스로 이관했다. 슈퍼마켓 체인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미국 유통 컨설팅 기업 출신 닐 스턴을 굿푸드홀딩스 대표로 선임했다. 형태준 부사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회사 측 관계자는 "미국 리테일 사업은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지만 형태준 부사장이 계속 관여하게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PK리테일홀딩스가 지주회사 역할에 집중하게 되면서 대표로 선임된 김 상무는 미국 법인의 중장기 전략을 짜는 역할을 맡게 된다.

형 부사장은 이마트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2012년 이마트에 입사한 뒤 2016년 전략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2018년 미국 고급 식품 유통 체인인 굿푸드홀딩스를 3000억 원에 인수하는 협상을 이끌었다. 국내 유통사가 미국 현지 기업을 인수한 첫 사례다.

작년 말 신세계그룹 정기인사에서 부사장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이마트 지원본부에서 신세계그룹 전략실로 적(籍)을 옮겼다. 이마트를 넘어 그룹 전체의 전략을 담당하는 관리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다.

새로 대표에 오른 김성태 상무는 형 부사장과 이마트 미국 사업 추진과 관련해 손발을 맞춰왔다. 형 부사장보다 4살 아래이지만 이마트 입사는 더 빠르다. 미국 UCLA를 졸업한 뒤 현지 채용을 통해 2005년 이마트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상무는 2018년 이마트 부문 기획전략본부 기획팀장을 거쳐 작년 말 인사에서 이마트 부문 기획담당 겸 SSG닷컴 전략기획담당 자리에 올랐다. 주요 임원 가운데 이마트와 SSG닷컴을 겸직하고 있는 인사는 김 상무와 강희석 대표 뿐이다. 두 사람이 주요 현안과 관련해 손발을 맞추고 있음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19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오른쪽 둘째)이 그레그 포란 전 월마트 미국법인 최고경영자(CEO·왼쪽 첫째)와 월마트 매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정용진 부회장 인스타그램

이마트 미국 법인은 정용진 부회장의 관심이 큰 PK마켓 미국 1호점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PK마켓은 PK리테일홀딩스가 현지에서 인수한 슈퍼마켓이 아니라 직접 선보이는 첫 독자 브랜드 슈퍼마켓이다. 국내에는 스타필드 하남, 고양 등에 있으나 미국에 개점하는 건 처음이다.

당초 정용진 부회장은 PK마켓을 2019년 5월에 개점하겠다고 직접 밝혔으나 현지 사정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일정이 거듭 밀렸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초 미국 사업을 점검하기 위해 1년 만에 출장길에 올랐다. 더이상 출점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PK리테일홀딩스는 지난해 처음으로 99억 원의 흑자를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 42억 원, 2분기 109억 원으로 흑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익숙한 현지 브랜드를 통해 매장 수를 2019년 27개에서 작년 51개로 늘리며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올해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국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 등이 미국 법인 실적에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델타 변이로 8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잠정치가 전월 대비 11포인트 급락하는 등 소비심리가 다시 얼어붙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