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023530)이 롯데온(ON)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책임지는 내용으로 약관을 개정했다.

오픈마켓은 현행 법상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돼 중간에서 수수료만 떼가고 소비자 피해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G마켓, 옥션, 11번가, 위메프, 티몬 등은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등록돼 소비자 피해 발생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직매입이 90%에 달하는 쿠팡은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돼 로켓배송 상품에 대해선 책임을 지도록 돼있다.

롯데가 법적 의무가 아닌데도 이번에 약관을 개정한 것은 소비자 신뢰를 끌어올려 이커머스 시장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롯데온. /롯데쇼핑
롯데온. /롯데쇼핑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이날부터 제35조 9항 회사의 면책 관련 약관을 신설해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개별 판매 회원이 사이트에 등록한 상품과 관련해 일체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고 돼 있는데, ‘회사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이용자의 손해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부담합니다’라는 약관을 추가한 것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4월 오픈마켓으로 전환하며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을 출범시켰다. 외부 판매자를 끌어들여 취급 제품과 거래액을 늘리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쿠팡, 네이버 등 전자상거래 업체가 급부상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롯데온의 취급 제품은 출범 초 180만개에서 최근 3500만개까지 늘었다. 롯데온 전체 매출의 절반쯤이 오픈마켓에서 나온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오픈마켓은 단기간에 몸집을 키울 수 있으나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가품을 판매하는 등 외부 판매자 관리와 품질 유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런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었다.

현행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업자가 ‘거짓·과장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으로 소비자를 유인·거래하는 행위’ 등 가품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오픈마켓은 통신판매업자가 아닌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법적 규제를 받지 않으며 책임은 판매자가 지는 구조다.

롯데쇼핑의 약관 개정은 소비자 권익을 강화해 신뢰를 높이고 이들을 오픈마켓을 끌어들여 거래액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판매중개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의무를 다하겠다는 것”이라며 “피해가 발생하면 중간에 (판매자) 결제 대금을 미루고 1차적으로 대응하거나 저희가 비용을 들여 (보상)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해외도 오픈마켓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제4지방 항소법원은 지난해 8월 아마존에서 구입한 PC 배터리에 불이 나 화상을 입었다며 소비자가 낸 소송에서 ‘외부 판매자’(third-party merchant) 제품이라도 아마존에서 판매된 제품이면 아마존이 책임져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아마존은 지난 9일(현지 시각) 외부 판매자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인적·물적 손해를 봤다면 심사를 거쳐 최대 1000달러(악 114만원)까지 배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