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매장. /롯데면세점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가 싱가포르 법인 대표를 맡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회복될 여행 수요에 대비한다. 싱가포르는 롯데면세점 해외 법인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이전까지 박창영 롯데면세점 상무가 법인 대표였으나 현재는 이 대표가 직접 챙기고 있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 말 이사회 전원 찬성으로 싱가포르 법인 대표 교체를 결정했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일본, 베트남, 호주, 뉴질랜드 등 6개국에 진출했는데, 이 대표가 싱가포르 법인 대표를 맡고 나머지 해외 법인은 각 국가에 주재 중인 법인장 등이 맡는 구조다. 미국령인 괌공항점은 호텔롯데 미국 법인이 담당한다.

1987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롯데쇼핑 마케팅부문장, 대홍기획 대표 등을 거친 이 대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가 있었던 2019년 롯데면세점을 맡아 공격적으로 외형을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면세점 측은 "이 대표가 해외 면세 사업의 중심인 싱가포르를 맡아야 한다고 이사회가 본 것 같다"고 했다.

국내 1위·세계 2위 롯데면세점은 해외 진출을 다변화하며 2019년 10월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사업권을 획득했다. 롯데면세점 해외 매장 중 가장 큰 8519㎡(2577평) 규모다. 지난해 6월 선 개장했지만 코로나로 공항이 셧다운(봉쇄)돼 영업은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면세점 측은 창이공항점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연매출 50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창이공항은 세계 90개국, 380여 개 도시를 연결하는 항공 요충지로 롯데면세점은 이곳에서 주류, 담배를 단독으로 판매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해외에서 주류, 담배 사업을 운영한 경험과 상품 바잉(구매) 경쟁력을 바탕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 /한국면세점협회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2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이듬해 괌, 2014년 일본, 2017년 베트남과 태국에 진출했다. 2019년 호주와 뉴질랜드, 지난해 싱가포르에 매장을 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셧다운 여파로 철수했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베트남 하노이·다낭, 호주 시드니 등 3곳에 시내면세점을 신규 출점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하늘길이 막혀 있어 상황을 지켜보며 내부에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의 올 상반기 매출은 1조6047억 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10% 올랐지만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반토막이 났다. 영업이익은 102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735억 원 손실에서 흑자 전환했으나 2019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94% 감소했다. 코로나 상황이 종식되면 중국 뿐만 아니라 해외로 영역을 넓혀 실적을 개선하는 게 시급한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의 해외 진출은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면세점은 백화점과 달리 물건을 직매입하기 때문에 대량 매입으로 매입 단가를 낮춰야 이익이 높아진다. 면세점 규모가 클수록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명품 유치도 쉬워진다. 면세점 입장에서 중국은 여전히 놓칠 수 없는 고객이지만, 장기적으로 자유 여행객(FIT·free independent traveller) 고객의 국적을 다양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동남아 고객을 위한 제휴를 확대하며 글로벌 결제 플랫폼을 연동해 국가별 현지 간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측은 "코로나 이후 시장이 정상화되면 타국 고객을 더욱 적극적으로 유치할 것"이라며 "2023년까지 세계 면세 시장 1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