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 동탄점 지하 2층 복합문화공간 '비슬로우'. 이탈리아 도심 광장 피아차를 모티브로 조성했다. /김은영 기자

18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롯데백화점 동탄점, 주차장을 통해 지하 2층에 들어서자 고소한 빵 냄새가 코를 찔렀다. SPC의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크라상과 함께 구성한 복합문화공간 ‘비 슬로우’다. 이곳을 중심으로 주변에 어린이 놀이·교육공간, 문화센터, 심리상담센터 등이 들어섰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을 찾은 육아맘들이 주차장에서 나오자 마자 문화생활과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동선을 꾸몄다”며 “키즈 클럽에서 아이가 수업을 받는 동안, 엄마는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듣거나 브런치를 먹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롯데 동탄점은 롯데백화점이 수원점 이후 7년 만에 개관하는 신규 점포다. 수서고속철도(SRT) 동탄역에 인접해 있으며 지하 2층, 지상 8층, 연면적 24만6000㎡(약 7만4500평)으로 경기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인근에 거주하는 30~40대의 생활방식을 고려해 ‘스테이플렉스(Stay+Complex)’라는 캐치프레이즈(표어)를 걸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머물 수 있는 백화점으로 꾸몄다.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을 F&B(식음료)와 리빙, 체험 콘텐츠로 구성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 1층,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작품이 걸려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태그하면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김은영 기자

◇점포 전체가 갤러리...키즈 클럽부터 ‘댕댕이 공원’까지

백화점의 얼굴인 1층은 상점보다 넓은 보행로가 먼저 눈에 띄었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도 될 만큼 보행 공간이 넓었다. 통상 백화점이 1층에 두는 화장품 매장은 2층으로 올라갔고, 명품과 리빙 편집숍 ‘콘란샵’ 등이 널찍하게 들어섰다. 3대 명품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는 없었지만 메종 마르지엘라, 골든구스, 발렌시아가, 몽클레르 등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명품 브랜드가 비중 있게 배치됐다.

명당을 차지한 매장은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가 기획한 카페 ‘엘리멘트 바이 엔제리너스’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카페 엔젤리너스와 양태오 디자이너가 협업해 선보인 갤러리 카페로, 도예 작품을 전면에 배치해 작품을 감상하며 음료를 즐길 수 있다. 이는 ‘스테이플렉스’라는 점포 콘셉트와도 일치한다. 이 백화점은 고객들을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각 층에 카페를 조성하고, 곳곳에 예술 작품을 들였다.

롯데백화점 동탄점 1층, 양태오 디자이너가 기획한 갤러리 카페 '엘리먼트 바이 앤제리너스'. /김은영 기자

1층 중앙에는 세계에서 그림값이 가장 비싼 작가로 알려진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사진 작품 ‘인 더 스튜디오, 디셈버 2017’이 걸렸고, 벽면과 기둥에선 영상 디자인 회사 디스트릭트의 미디어 아트 작품 ‘웨이브’가 상영됐다. 각 층의 매장과 매장 사이에도 국내외 현대미술 작품 100여 점을 걸어 작품을 감상하고 구매하도록 했다.

프랑스 브랜드 아페쎄(A.P.C)가 운영하는 ‘카페 A.P.C’, 베를린의 보난자 커피를 파는 ‘mtl’, 미슐랭 셰프가 운영하는 카페 ‘스카이파티오 by 류니끄’ 등도 입점했다. 3층에는 1000평 규모의 야외 정원 ‘더 테라스’를, 6층에는 반려견과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펫 파크를 조성해 휴식공간을 극대화했다. 이외에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디어아트 전시장, 3D·드론 체험관 등 체험공간을 조성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천장과 벽면의 채광창을 통해 자연광을 들이고 대리석 대신 붉은 벽돌을 점포 바닥재로 깔아 유럽 거리를 산책하듯 꾸몄다”며 “고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만드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 3층 외부에 조성된 야외 정원 '더 테라스'. /김은영 기자

◇더현대서울 닮았네...경기남부권 장악 위해선 ‘차별화’ 관건

이날 백화점을 찾은 소비자들은 “고급스럽다” “복합쇼핑몰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련된 휴식 공간과 많은 예술 작품은 호평을 얻었지만, 동탄점만의 차별화된 특색이 없다는 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다.

지난 2월 서울 여의도에 개장한 더현대서울이 연상된다는 평도 나왔다. 1층부터 천장까지 건물 전체를 개방하고 곳곳에 조경을 넣은 인테리어가 더현대서울과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더현대서울의 워터풀 가든을 만든 캐나다 인테리어 시공사가 롯데 동탄점 인테리어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층이 개방된 롯데백화점 동탄점, 천장 채광창으로 자연광이 들어오는 모습이다. /김은영 기자

증권가는 롯데 동탄점의 연 매출을 5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점포 일대에 삼성, 현대차 등 대기업 연구 단지가 있어 소득 수준이 높고, 구매력 있는 30~40대 부부가 다수 거주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이다. 수서역에서 SRT를 타면 15분 만에 올 수 있는 데다, 2023년 삼성~동탄 간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개통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이 점포 반경 20~30km 거리에 있는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현대백화점 판교점,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 등도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개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 판교점은 최근 에르메스 입점을 확정했고, 신세계 경기점은 식품관을 개편하고 백화점 업계 최초로 식품관 전용 유료 멤버십을 도입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 입지가 좋아 단시간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에루샤 등 인기 명품도 1~2년 내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근의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