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우리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게 매워서가 아니라 단맛 때문이거든요. 이게 오히려 무난한 것 같아요. 매운 음식을 너무 못 드시는 분들도 먹을 수 있는 맛이고요.”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지난 13일 오후 2시 40분. 서울 강남구 마켓컬리 역삼 사무실에선 김슬아 대표를 비롯한 식품팀 상품기획자(MD) 6~7명이 양념 돼지 불고기 시식에 한창이었다. 3곳의 제조사가 만든 불고기를 조금씩 맛본 김슬아 대표는 두번째 제품에 한표를 던졌다. 3개 중에 매운맛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단맛과의 조화가 잘 이뤄진 제품이었다.

같은 제품을 먹어본 MD들의 반응도 대체로 비슷했다. 한 MD는 “매콤한 맛으로 먹기 위한 것보다는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있는, 반찬으로서 매운맛으로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또다른 MD는 “굳이 더 맵게 맛을 수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첨언했다. 김 대표와 MD들이 선택한 제품은 사전 식품팀 평가에서 가장 호평을 받았던 상품이었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타이어빌딩 마켓컬리에서 열린 상품위원회에서 김슬아 대표가 직원들과 시식을 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2014년 문연 이래 매주 금요일 진행한 상품위원회는 입점업체들에겐 일종의 최종 오디션 같은 자리다. 김 대표와 MD들이 특정상품을 마켓컬리에서 판매할 지 말지를 직접 맛보고 뜯어보며 결정한다. 설립 초기 수백개에 불과했던 상품 가짓수(SKU)가 최근 3만~4만개 수준으로 늘었지만 그 어떤 제품도 상품위원회를 거치지 않고선 판매되지 않는다.

마켓컬리 상품위원회가 특히 입점업체들에게 까다롭기로 소문난 건 제품에 들어간 각종 원재료가 어디서 어떻게 났는지, 가격은 합리적인지 등 액셀 시트로 한눈에 정리할 수 있는 지표는 물론이고 MD들의 맛 평가에서도 합격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6년 간 마켓컬리를 운영해온 김 대표와 팀원들이 그동안 축적된 고객 데이터와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맛’이라고 판단해야 합격점을 준다.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다’는 마켓컬리의 고집은 설립 6년 만인 지난해 거래액 1조 원을 달성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마켓컬리의 SKU는 쿠팡(로켓배송 상품 기준 600만개)의 200분의1에 불과하지만 거래액은 20분의1이다. 마켓컬리를 믿고 구매하는 충성고객이 많다는 의미다.

컬리에게 내년은 향후 10년을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한 해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해 물류, IT 등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컬리는 작년 953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전년 대비 두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영업적자도 1012억 원에서 1163억 원으로 확대됐다. 컬리는 빠른 성장세를 토대로 지난달 투자 유치에서 2조5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 받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거래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 시점에 기업 가치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타이어빌딩 마켓컬리에서 김슬아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일각에선 김 대표 지분율이 6.67%(6월말 기준)에 불과해 향후 경영권이 불안해질 수 있고 이것이 컬리 주가에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날 역삼 사무실에서 만난 김슬아 대표는 투자자들과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체결하는 방안도 충분히 고려 가능하다고 답했다. 마켓컬리는 DST글로벌과 세콰이어캐피탈, 힐하우스캐피탈 등 외국계 벤처캐피털(VC)의 지분이 50%가 넘는다.

통상 한국거래소에 경영 안정성을 증명하기 위해 의결권 공동 약정을 체결하는 주주들은 상장주관사 계좌에 일정기간 주식을 의무 보유하는 자발적 보호 예수를 건다. 거래소는 기업이 이 약정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증권신고서에 담도록 한다.

김 대표는 “의결권 공동 약정과 관련해 투자자들에게 태핑(tapping·사전에 의견을 묻는 것)을 해보고 있다”며 “대부분 현실적인 이유로 해야겠다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의 실적과 별개로 주가가 떨어지거나 시장이 흔들리면 투자자들에게도 안 좋은 것”이라며 “경영권 이슈가 있다고 한다면 방어 해주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매출과 영업적자가 동시에 확대되는 데 따른 우려가 크지만, 김 대표는 2년 안에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현재 한달에 100만 명 정도가 마켓컬리를 이용하는데 향후 1700만명까지 무리없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용자 수가 2년 안에 500만~600만 명까지 늘고 전체 매출 중 신규 고객 비중이 적어서 이들에게 투입되는 비용이 충성고객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충분히 상쇄가 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마켓컬리가 6년 만에 거래액 1조 원을 달성한 비결은.

“좋은 상품을 좋은 가격에 서비스를 잘하면 된다. 예컨대 제육 불고기를 판다면 국내산 돼지고기의 1kg당 가격, 양념가, 공임, 패키지 등 각종 비용을 합한 원가를 MD들이 정말 열심히 분석한다.

원가를 잡기 위해 MD들이 (납품업체들에게) 직접 소싱(구매)을 해주기도 한다. 가령 이 집에서 받아오면 고기가 더 싸니까 좀 더 좋은 품질에 제품을 싸게 받아오라고 제안을 한다.

비싼 건 비싼 이유가 있어야 하고 싼 것은 싼 이유가 있어야 한다. 가령 오늘 상품위원회에 올라온 추석 상차림 세트는 20만 원이 넘는데, 그만한 가격을 받을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상차림 세트를 만든 셰프들이 미슐랭 스타를 받은 셰프인 것도 있고 레시피의 밸류(Value·가치)도 중요할 것이다.

당연히 희소성도 있어야 한다. 매장에 나가는 메뉴는 아예 하지 말자고 했다. 재료도 국산 100%를 써야 한다. 이런 모든 게 합쳐졌을 때 20만 원이 넘는 가격을 고객들이 납득할 수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마켓컬리에서 좀 더 좋은 품질을 판매할 수 있는 배경은.

“회사 인재상 1번이 데일리 어치브먼트(daily achievement)다. 매일 개선한다는 것이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이라도 개선한다는 정신으로 매일 열심히 고객 VOC(Voice of Customer·고객의 소리)를 본다.

데이터도 중요하다. 누군가는 유통회사가 왜 데이터가 필요하냐는 이야기를 한다. 고객이 100명이라면 열심히 후기를 들여다보면서 개선하겠지만 이제는 그게 안된다. 태블로라는 솔루션을 사용하는데, 대용량 데이터를 원하는 방식으로 시각화 해준다.

물론 기술로는 절대 잡아낼 수 없는 방식도 사용한다. 고객이 ‘이 상품 맛이 변했다’라고 하면 시크릿 샤퍼(Secret shopper·제품·서비스 평가를 위해 기업이 고객 역할을 해보는 것)도 해본다. 직접 시켜서 고객처럼 물건을 받아서 먹어본다. 자동으로 맛봐주는 기계는 없기 때문에 우리가 여전히 해야 하는 일이다.

지난주에는 곰탕 맛이 변했다는 고객 후기가 있어서 시켜봤다. 곰탕이 결국 소뼈를 고으는 음식인데 여름과 겨울에 소비자들이 냄새를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지점들이 있다. 제품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지만 계절 차이가 발생한다. 식품 비즈니스가 이래서 어렵다. 부지런하게 개선해 나가는 수 밖에는 없다.”

-작년부터 IT 개발자를 열심히 채용하고 있다. 현재 컬리 서비스에서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온라인 서비스에서 개발자 없이 되는 건 하나도 없다. 최근에 결제를 빠르게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저희 결제창에서 PG사(결제대행업체)로 넘어가는 데 몇초가 걸린다면 그걸 3분의1로 줄이는 작업이다. 몇초를 기다리기 싫어서 마켓컬리를 이탈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현재 마켓컬리에 적용된 고도화된 기술 중에 추천 기능이 있다. 고객 재구매가 많은 상품을 몇초에 한번씩 업데이트해서 노출 시켜준다. 대용량 데이터를 짧은 시간에 처리해서 각 고객에 맞게 노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발 역량이 많이 들어간다.

판매상품 가짓수가 늘어나면서 상품 조합이 무한대로 늘어났다. 예전에는 우리가 락스를 안 팔았기 때문에 복숭아와 락스가 장바구니에 같이 담길 확률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같이 담길 수 있다. 복숭아와 락스는 상품의 리스크 본질이 완전 다르다. 이렇게 다른 상품이 조합 됐을 때 고객에게 특정 수준 이상의 완성도 있는 경험으로 전달할 지가 서비스 고도화의 핵심이다.”

-최근 서비스 지역을 수도권에서 충청도, 대구로 확대했다. 고객 반응은 어떤가.

“충청권의 경우 샛별배송을 시작한 후 매출이 이전과 비교해 100% 늘었다. 대구는 시작한 지 2주 밖에 안됐지만 (매출 증가) 속도가 더 빠르다. 샛별배송에 대한 니즈가 있었던 것 같다. 신규 고객이 더 많이 가입하고 있고 이분들이 구매자로 전환되는 비율도 높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타이어빌딩 마켓컬리에서 열린 상품위원회에서 김슬아 대표가 직원들과 시식을 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거래액이 느는 만큼 영업적자도 늘고 있다. 흑자 전환 시점은 언제로 예상하나.

“신규 고객을 모으는 기간에는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다. 고객에게 왜 마켓컬리를 써야 하는지 알리는 교육비가 곧 마케팅비다. 지금 한달에 마켓컬리를 이용하는 고객이 100만 명 정도다. 전국 이커머스 이용자 수가 2500만 명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1700만 명까지는 무리없이 갈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 침투율이 아직 6~7% 밖에 안되는 것이다.

향후 2년 안에는 월간 이용자 수가 500만~600만 명으로 늘 것이다. 그때도 신규 고객은 계속 들어오겠지만 전체 매출 중에 신규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충분히 적어서, 이분들에게 들어가는 각종 비용을 장기 고객이 지출하는 돈으로 상쇄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마켓컬리의 장기 고객들은 수익에 도움이 되고 있나.

“마켓컬리의 오래된 고객들은 실제로 돈을 벌어다주고 있다. 마켓컬리에 가입한 기간별로 고객 수익성 분석을 해보면 6개월 이상된 장기 고객의 경우 꽤 많은 돈을 쓴다.

결국 6개월 미만 고객 비중이 매출에서 얼마를 차지하냐가 핵심이다. 점점 전체 매출 중에 신규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 것이다. 회사가 다른 전략을 세우지 않는 한 2년 안에 충분히 흑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마켓컬리의 장점은 고객이 계속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user retention)이 이커머스 중에서 상위권이고, 재구매율도 높고, 재구매를 할 때마다 이전보다 더 많이 산다는 것이다.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도 굉장히 높은 편이다.”

-신세계그룹이 최근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향후 신선신품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쿠팡도 쿠팡프레시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부담감은 없나.

“마켓컬리를 처음 창업할 때부터 안될거란 얘기를 들었다. 초기에 투자를 받으러 다닐 때 어떤 심사역이 ‘컬리가 만약 강남 한 군데에서 계란 한 품목만 팔겠다고 하면 말이 되는 것 같은데 서울 전역에 이렇게 다양한 품목을 팔겠다고 하니 말이 안되는 것 같다. 동네에 마트, 슈퍼마켓, 편의점이 있고 포프리(친환경 제품 유통기업)가 계란을 집앞까지 배송해주는 시대인데 어떻게 사업을 할거냐’고 했다.

저는 그 유통업체를 다 써 봤지만 분명히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었고 문제가 보인다고 답했다. 문제를 푸는 방식도 기술, 데이터,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마켓컬리가 규모가 작았을 때는 작아서 안된다고 했고, 컸더니 이제는 더 못 클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식품만 팔 때는 식품만 해서 안된다고 했고 비식품을 하기 시작하니까 이제는 성장이 안되니 비식품을 한다고 했다. 뭘해도 부정적인 얘기를 들었다. 안될 이유는 너무 많고 그걸 다 신경을 쓰면 될 일이 없다. 일단 해보고 고객이 아니라고 하면 빨리 접는다.”

-신선식품 분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건 컬리에 리스크 아닌가.

“경쟁사들이 빨리 성장하면 좋은 것이다. 시장이 좋아보이니까 모두 열심히 뛰어드는 것 아닌가. 쿠팡의 실적 발표에서 ‘쿠팡프레시가 앞으로 성장 포텐셜(잠재력)이 많이 남은 시장’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동의한다. 현재 온라인 침투율이 다른 카테고리는 50~60%인데 식품은 10%도 안된다.

우리가 휴지, 공산품을 판매했다면 매출은 더 빨리 컸을 거고 운영도 쉬웠을 거고 비용도 적게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믿는 건 가격과 배송 속도로 승부를 낼 수 밖에 없는 영역은 레드오션화(化)가 빨리 된다. 돈을 조금 더 가진 기업이 나타나서 출혈경쟁을 하면 시장점유율을 뺏긴다. 이런쪽은 고객들도 유통 브랜드에 충성하지 않는다. 10원 더 싸게 팔면 그쪽으로 가는거다.

하지만 식품은 브랜드가 없다. 상추도, 닭고기도 브랜드가 없다. 유통사가 얼마나 관리를 잘하느냐에 따라 고객이 유통사에 충성한다. 우리가 만약에 이 영역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로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뭐든 팔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이 분야에서 고객 신뢰를 쌓았더니 컬리스 같은 PB(자체 브랜드) 상품이 NB(내셔널 브랜드·제조업체 브랜드) 상품보다 잘 팔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상장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내년 안에 하려고 한다. 3,4분기 안에 주관사 선정을 하면 내년을 맞추기는 어렵지 않다. 특정기간 내에 같은 섹터(업종)에 있는 회사들이 여러개 시장에 나가는 건 나쁜건 아닌 것 같다.

마켓컬리를 온라인에서 그로서리(식료품)를 판매하는 마트로 본다면 새벽배송 업체 중에서 점유율 1등이다. 기업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은 미래의 매출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들, 예컨대 고객이 계속 오고 있는가, 제품을 더 사고 있는가, 충성도는 높은가, 오랜 고객이 수익에 기여하는가 이런 것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잘 만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장 시점에 자본 잠식 문제는 어떻게 해소할 수 있나.

“지금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우선주로 들어와 있는데, 상장을 하면 보통주로 전환하기로 돼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상에서 우선주는 부채로 분류된다. 상장과 동시에 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돼 자본 잠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내년이 상장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본 이유는.

“전반적으로 시장이 성장하는 회사에 대해 우호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한다. 리퀴디티(Liquidity·유동성)도 나쁘지 않고 투자자들의 섹터 성장, 기술 기반 회사에 대한 시각도 좋다. 카카오뱅크가 저렇게 잘되는 것도 5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전통적인 산업에 기술이 붙었을 때 얼마나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에 대해 투자자들이 인정한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성장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최근에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가치를 2조5000억원으로 인정 받았는데, 김 대표가 생각하는 회사 가치는.

“상장 시점의 기업 가치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회사의 주가 그래프가 애플처럼 됐으면 좋겠다. 낮게 시작해서 매년 조금씩 올랐고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날 주가가 최고치를 찍지 않았나. 주식을 많이 가진 관리자급 일수록 상장 시점에 따상(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우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회사가 따상을 하면 억울해서 잠이 안올 것 같다고 했다. 시장에서 우리를 더 높은 가치로 인정해줄 수 있는데 가격을 잘못 매긴 것이기 때문이다. 적정한 가격에 시장에 들어가서 향후에 성장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자금을 모으고 그 자금을 기반으로 시장에 약속한대로 성장해 주가가 오르면 좋겠다. "

-국내 증시로만 상장을 한정한 건 아쉽지 않나.

“한국 시장에 충분히 유동성이 있고, 관계당국과의 소통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주주가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기대하고 있다. 고객분들이 주주가 되면 (마켓컬리에서) 제품을 더 많이 사주시지 않을까.”

-김슬아 대표 지분율이 6.67%로 낮기 때문에 일각에서 상장 후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투자자들과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중인가.

“회사의 실적과 별개로 주가가 떨어지거나 시장이 흔들리면 투자자들에게도 안좋다. 만약에 그 리스크가 경영권 이슈라고 한다면 (투자자들이) 우리가 방어해 준다고 한다. 그분들도 언젠가 (주식을) 팔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다.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에 대해) 거래소에서 공식 요청을 한 건 아니고, 미팅 때 그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투자자들에게 한군데씩 태핑을 해보고 있는데 대부분은 아주 현실적인 이유로 해야겠다는 분위기 인것 같다.”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 기간이 보통 2년인데, 그 이후에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하겠나.

“예전에 자본시장에서 일했던 뱅커(banker)로서 냉정하게 적대적 M&A가 주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회사가 좋다는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나쁜 건 내가 경영을 못해서 이사회에서 그만하라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 일텐데, 회사를 위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열심히 해서 회사를 잘 되게 해야 하는 거고 그렇지 못하다면 이사회가 주주를 위해 더 잘할 사람을 데려와서 앉혀야 한다.

내가 일을 못해서 잘릴 수도 있지만 몸이 아프거나 은퇴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 석세션 플래닝(Succession planning·후임자 승계 프로그램)은 있어야 한다. 누가 이 자리에 있건 간에 항상 고객들에게 같은 가치를 제공하면서 장기적으로 성장의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소통을 시장과 해나가야 한다. 김슬아가 있어서 잘 되고 없으면 안되는 걸로 비춰지는 것도 싫다. 회사가 내 인생보다 오래가야 하지 않겠나.”

-그만큼 김슬아 대표가 마켓컬리에 기여한 부분이 크고 상징성도 큰 것 같다.

“창업자가 있는 회사에는 그런 이슈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내가 한달 정도 휴가를 가도 마켓컬리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컬리에는 ‘우리는 될 때까지 한다. 매일 조금씩 개선한다’는 조직 문화가 있다. 처음에 투자를 받기 위해 100군데를 돌아다니고 거절을 당하고도 101번째, 102번째 회사에 찾아갔던 것도 그런 조직 문화 때문이다. 초기 투자를 세군데서 받았는데 모두 90번째 이후에 받은 것들이다.

이런 조직 문화는 내가 시작한 건 맞지만, 이것을 잘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 뿐만이 아니라 회사에 많은 훌륭한 사람들이 있고 대체로 공동 의사결정을 한다. 이사회도 매우 훌륭하다.”

-마켓컬리가 앞으로 6년 뒤 어떤 회사가 됐으면 좋겠나.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 많은 회사들이 이커머스 1등 하겠다, 제일 큰 회사가 되겠다고 얘기하지만 사랑과 신뢰, 브랜드를 얘기하는 회사가 사실 잘 없다.

사람들이 많은 브랜드를 소비하면서 살아가지만 이 브랜드가 너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없다.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가 하는 대부분의 일들이 옳았고,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나한테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정서적 교감과 믿음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거기까지 가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6년 후에도 상품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는 건강상태였으면 좋겠다. 음식을 너무 많이 먹다보니까 위염이 약간 있다. 에너지가 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서비스를 여전히 내손으로 열심히 만드는게 좋은데 그 에너지를 계속 가지고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