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의 야심작’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에 독일 고급차 BMW 전시장이 들어선다. 가족 단위 고객을 유치, 체류 시간을 늘려 지역 터줏대감인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를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한화갤러리아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오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
18일 유통 및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BMW는 대전신세계 6층에 약 100평(331㎡) 규모의 매장을 오는 27일 열 예정이다. 스타필드 고양·하남·부산·명지·위례·안성, 용산 아이파크몰에 이은 일곱 번째 쇼핑몰 전시장이다. 차량 구매가 가능한 정식 서비스센터로 530e M Spt LCI, X5 xDrive 45e xLine_P2, 740Li XDrive M Spt LCI 등이 전시된다. 현재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엔 자동차 전시장이 없다.
백화점 내 자동차 전시장은 양사 모두에게 이득이다. 백화점은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데, 여성 고객이 쇼핑할 동안 남성 고객은 자동차 전시장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만큼 체류 시간을 늘려주는 것이다. 도심의 일반 전시장은 자동차를 구매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백화점에선 쇼핑하듯 편하게 체험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대전신세계는 연령별로 즐기는 다양한 시설이 있어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동차는 가족 모두 이용하는 상품이라 함께 둘러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 집객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BMW 관계자는 “일반 자동차 전시장은 자동차를 구매하지 않는 이상 방문하기 쉽지 않은데 백화점은 옷이나 생활용품을 사러 갔다가 자동차를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 생활 패턴에 신경쓰고 있다”며 “쇼핑몰에 전시장을 입점하니 고객 반응이 좋고 방문율도 높아 (대전신세계에) 들어가게 됐다”고 했다.
대전신세계는 명품 유치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 대전에서 명품이 가장 많은 곳은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다. 1997년 동양 타임월드로 문을 열어 2000년 한화에 인수된 뒤 20여 년간 대전 우수고객(VIP)을 독점해 왔다. 대전은 한화의 전국 백화점 5곳 중 압구정 다음으로 매출이 높은 지역으로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올랐다.
이에 대전신세계는 펜디·셀린느·톰포드·보테가베네타·불가리·피아제 등을 단독 입점시켰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편집 매장 분더샵과 메종마르지엘라·아크네·메종키츠네 등도 들였다. 그러나 3대 명품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는 입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에는 루이비통과 롤렉스가 입점해 있다.
대전신세계는 명품족을 넘어 가족 단위 고객을 노리며 연면적 약 8만6000평(28만4224㎡) 규모에 호텔 오노마, 아쿠아리움, 193m 전망대 등을 유치했다. 가족들의 체류 시간을 늘려 단순 명품만 파는 백화점을 넘어 충청권 랜드마크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건물 6층에 BMW와 함께 과학관, 스포츠 시설, 영화관, 갤러리를 만든 것도 같은 이유다.
대전을 텃밭으로 하는 한화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충남 천안 출신으로 대전에서 야구단 한화이글스를 운영하며 지역 주민들과 유대 관계가 깊은 기업이다. “한화이글스 선수 가족들이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 VIP로 쇼핑한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한화그룹 전체 매출에서 갤러리아 등 도소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올 상반기 기준)로 작지만, 신세계가 대전에 진출하자 한화갤러리아 내부에선 “전방위로 대응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명품 강화 뿐만 아니라 대전 주민들과 애착 관계를 강화하고, 신세계에 맞서 타임월드를 대전 랜드마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화갤러리아 타임월드는 지난 6월 발렌티노, 알렉산더맥퀸을 들였고 올 4분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를 겨냥한 명품을 입점하기 위해 협의 중이다. 약 20년간 쌓아온 대전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VIP 마케팅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한화이글스와 연계한 행사를 선보이는 등 대전 주민을 뺏기지 않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본관과 별관 사이 1층에 있는 광장을 ‘랜드마크 스퀘어’로 만들 계획이다. 대전 주민 사이에서 갤러리아 광장은 지인들과 약속을 정하는 ‘만남의 장소’지만, 한 발 더 나아가 고객들이 머물며 즐길 만한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독보적인 충청권 1등 백화점 위상을 이어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