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3년 만에 상장을 추진하는 계열사 롯데렌탈이 일반 공모 청약에서 앞선 기업들과 비교해 저조한 흥행 성적을 받아 들었다. 청약 경쟁률이 높을수록 상장 이후 주가가 상승한 사례가 많았기에 19일 상장을 앞둔 롯데렌탈의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렌터카 제주 오토 하우스 전경.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9~10일 국내 8개 증권사에서 진행한 롯데렌탈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65.8대1을 기록했다. 432만6600주 모집에 2억8475만60주 청약이 몰렸다. 청약 증거금(계약금)은 8조4001억2670만원이 들어왔다.

두 자릿수 청약 경쟁률은 최근 공모주 인기를 고려하면 저조한 성적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2015년 평균 330대1에서 지난해 858대1, 올해 1355대1로 급등했다.

롯데렌탈과 같은 날 일반 공모 청약을 받은 컬러강판 제조업체 아주스틸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브레인즈컴퍼니는 경쟁률이 1000대1을 넘었다. 증거금 규모도 롯데렌탈이 일반 투자자에게 2552억원을 조달하는데 8조4000억원이 몰린 반면, 아주스틸은 314억원 공모에 22조원이 몰려 차이가 났다.

롯데렌탈 상장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과 공동 주관사 KB투자증권 측은 "롯데렌탈은 공모 규모가 크기 때문에 소형 IPO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롯데렌탈은 이번 공모를 통해 총 8500억원을 조달하므로 아주스틸(1048억원), 브레인즈컴퍼니(150억원)와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 IPO와 비교해도 청약 경쟁률은 낮고 증거금은 적다. 몸값이 조(兆) 단위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들과 비교하면 공모가 과열 논란에 휩싸인 게임회사 크래프톤(7.79대1)보다는 경쟁률이 높지만 카카오뱅크(181.1대1), SK바이오사이언스(335.36대1), SKIET(288대1)보다는 낮다.

주관사단은 "최근 대형 IPO의 경우 기관 등이 실수요 중심으로 청약하는 추세"라면서 "우량 투자사 참여건수, 경쟁률 등을 감안하면 공모는 준수하게 마무리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선 최근 공모주 과열 논란이 제기되며 투자자들이 옥석가리기에 나선 가운데 롯데렌탈이 영위하는 렌탈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크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본다. 정보통신(IT) 기업이나 바이오, 소재 등 성장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보다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내 한 증권사의 IPO 담당 임원은 "렌탈업이라는 산업 자체의 임팩트가 크지 않다"며 "두자릿수 청약 경쟁률은 오히려 선방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 청약 경쟁률은) 흥행 했다, 대박쳤다고 말할 수는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롯데렌탈은 국내 1위 렌터카 기업이다. 장단기 렌터카 사업에서 매출 대부분이 발생하며 중고차 판매, 차량 공유(카셰어링), 일반 생활용품 렌탈도 한다. 1986년 설립돼 2015년 롯데그룹에 편입됐다.

1분기 말 기준 렌터카 보유대수는 23만5723대로 시장점유율은 21.8%다. 2위 사업자인 SK렌터카(12.5%)와의 점유율 격차도 큰 편이다. 작년 매출은 2조2520억원으로 전년 대비 9.8% 늘었고 영업이익은 1599억원으로 27% 증가했다.

다만 시장점유율이 2018년 24.2%, 2019년 23.0%, 작년 22.2% 등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현대캐피탈 등 캐피탈사와 다른 렌터차 업체들이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면서 수익성도 떨어지고 있다.

이자비용 차감 후 영업이익은 2017년 590억원에서 2018~2019년 300억원대로 줄었다가 지난해 중고차 매각 확대, 광고선전비 감소로 687억원으로 늘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선임 애널리스트는 "단가 경쟁, 홈쇼핑 등 영업 채널에 대한 비용 부담, 중고차 매각률 하락, 신사업 부문의 광고비 부담 등이 경상 수익 구조를 악화시켰다"며 "일반 렌탈 부문은 소비재 렌탈 플랫폼 사업 부문의 수익이 투자 및 광고비용을 충당하기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공모 흥행 결과가 상장 이후 주가에도 반영될 지 주목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2015~2020년 청약 경쟁률이 높을수록 공모가 대비 시초가가 높게 형성됐다. 가령 청약 경쟁률이 50~100대1인 기업의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3.38% 높았지만 500~1000대1인 기업은 44.53%, 1500~2000대1인 기업은 84.07% 높았다.

상장 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변수인 유통 가능 주식 수는 31.49%(1154만주)로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좋았던 IPO 기업들이 0~30% 수준이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않기로 하는 의무보유 확약비율이 14.7%로 낮은 편이다. 의무보유 확약비율이 낮을수록 주가엔 부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롯데렌탈은 오는 1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총 1442만2000주를 공모하며 공모가는 5만9000원으로 정해졌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2조1614억원이다. 김현수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공모로 모은 자금은 렌터카 등 렌탈 자산의 취득과 미래 모빌리티 플랫폼 구축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렌탈이 성공적으로 상장하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렌탈 최대주주인 호텔롯데(47.06%)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상장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율을 희석시켜 한일로 이원화된 지배구조를 롯데지주(004990)로 일원화 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