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속도에 주목하고 있지만, 결국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지난 30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물류업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관리라고 강조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를 떠받치는 산업들도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유통의 주도권이 IT업체로 이동하고, 제조와 유통, 물류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식이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도 빈번해지고 있다.
송 교수는 “산업의 변화로 수반된 필연적인 부작용”이라며 “혼란한 시기가 지나면 의미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교수는 현재 산업부 수출입물류 상생협의체 공동의장,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디지털혁신위원, CJ대한통운과 네이버 자문 등을 맡고 있다.
다음은 송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커머스의 부상으로 유통·물류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제조·유통·물류가 있던 시장에 디지털이 들어오면서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과거엔 제조업체가 좋은 제품을 만들면 유통은 제품이 고객과 만나는 걸 돕는 다리 역할을, 물류는 제품의 수요와 공급의 흐름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디지털 시스템이 등장한 후 중간 단계를 건너뛰고 영역이 오버랩(겹침) 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나이키처럼 제조만 하던 기업이 직접 상품을 팔거나(Direct to customer·D2C) 유통 기업이 자체 브랜드(PB)를 생산하고 물류 사업을 전개하는 식이다. 디지털을 통해 고객을 획득하고 관리하는 비용이 줄어든 결과다.”
-산업의 급성장으로 인한 부작용도 큰 것 같다. 물류센터만 해도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산업의 변화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아마존과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가 운영하는 풀필먼트 센터는 기존 물류창고와 운영 방식이 다르다. 24시간 내내 돌아가고, 동일한 면적 대비 근로자의 수가 기존 창고보다 100배가량 많다. 제품을 창고에 보관해 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포장해 고객에게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근로 환경이 복잡해지고 사고 확률도 높아졌다.”
-해결 방법은?
“처음엔 기업들이 속도 중심으로 밀어붙이겠지만, 곧 관리가 잘 돼야 한다는 걸 인식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풀필먼트 서비스가 처음 생겼을 때 가장 큰 이슈가 화장실이었다. 수백 명이 일하는 공간에 화장실이 없어 문제가 된 것이다. 물건이 있던 창고가 작업하는 곳으로 바뀌다 보니 생긴 결과다. 이런 문제들이 시간이 흐르며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이 커지며 생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영세 업체들이 창고를 운영하던 과거와 달리, 큰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더 관리가 잘 되고 있다. 실제로 주요 기업들의 물류창고를 가보면 점점 달라지는 게 느껴진다.”
-일각에선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근로자의 안전과 존엄성을 위한 규제는 필요하고, 계속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택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이 시행됐듯 말이다.
이와 함께 산업을 보호하는 규제도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도시가 봉쇄됐을 때 사회를 움직인 건 배송·배달 등 디지털 기반의 서비스업이었다. 일각에선 이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혁신 산업으로 보지 않는 시각도 있지만, 우리에게 효용이 높은 서비스인 만큼 합리적인 방향의 규제로 발전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물류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서비스에 대한 합당한 지불을 고민할 때가 됐다. 한국은 ‘서비스=공짜’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개인들이 희생해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디지털 기반의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 서비스가 발전하려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소비자는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 제공 업체는 혁신으로 그 비용을 저렴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
“물류 업계에서도 ESG는 중요한 토픽이다. ESG는 사회적 책무를 넘어 기업의 성장을 위한 좋은 스토리다. 아마존의 경우 배송을 많이 하는 바람에 트럭이 늘어나 환경 오염이 심해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전기 트럭과 자동화 장비 등을 대폭 늘렸다. 그동안 눈감았던 현실에 대해 고민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유통업계에 속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과연 빠른 배송만이 답일까?
“모두가 쿠팡 같은 서비스가 필요한 건 아니다. 인터넷에서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이 3억 개가 넘는데, 빠른 배송이 가능한 건 1000만 개가 채 안 된다.
빠른 배송의 반대는 느린 배송이 아니라, 사람들이 배송과 반품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 말이다. 이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하는 개인 사업자들이 편리하고 저렴하게 물류와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혁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