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국내 렌터카 1위 업체 롯데렌탈이 보수적인 몸값 산정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으로 많은 자금이 몰리는 요즘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SD바이오센서 등 이른바 기업공개(IPO) 대어(大魚)가 공모가 거품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대조적인 행보라는 평가다.

롯데렌터카 제주오토하우스.

28일 롯데렌탈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오는 8월 3~4일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액을 확정, 9~10일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 예정대로 일정이 진행되면 8월 1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롯데렌탈이 공동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KB증권과 제시한 1주당 희망 공모가액은 4만7000원~5만9000원이다. 발행주식수를 기준으로 한 목표 시가총액은 1조7218억~2조1614억원이다.

롯데렌탈은 렌터카 경쟁사이자 앞서 상장한 SK렌터카, AJ네트웍스(095570)의 주가가 세전영업이익(EBITDA) 대비 얼마나 고평가 됐는지를 토대로 기업가치(EV)를 산출한 뒤, 여기서 순부채를 차감해 적정 시가총액(2조8500억원)을 계산했다. 여기서 24.07%~39.52%를 할인해 공모 희망가액을 결정했다.

증권업계에선 이 같은 몸값 산정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사를 국내 기업으로 한정하고 카셰어링 업체를 제외한 점, 할인율을 최대 39.52%까지 높인 것이 이유다.

가령 롯데렌탈은 카셰어링 기업인 그린카를 보유한 만큼 미국 우버나 리프트를 비교기업으로 삼아 몸값을 올릴 것이란 추측이 제기됐다. 우버의 시가총액은 26일(현지시각) 기준 876억달러(100조80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사업 유사성과 재무상황 등을 고려, 국내 기업만을 비교군으로 선정했다. SK렌터카와 AJ네트웍스의 시가총액은 전날 종가 기준 각각 7069억원, 2739억원이다.

롯데렌탈은 두 회사와 달리 카셰어링, 중고차 경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작년 기준 매출 2조2520억원, 영업이익 1599억원이다. SK렌터카는 매출 8365억원, 영업이익 708억원이고 AJ네트웍스는 매출 1조170억원, 영업이익 230억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렌탈은 비교기업에서 쏘카나 해외기업을 제외함으로서 카셰어링 업계 2위인 그린카의 미래 가치를 사실상 반영하지 않았다. 쏘카는 작년 기준 기업가치 1조원인 유니콘 기업으로 분류됐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637억원, 그린카는 448억원이다.

할인율을 비교적 높게 잡은 점도 눈길을 끈다. 할인율은 기업이 실적, 시장 전망, 경쟁사와의 비교 등을 통해 계산한 적정 시가총액에서 일부를 깎는 것이다. 공모 흥행을 위해 기업과 상장주관사가 상황에 맞게 결정한다. 할인율이 높을수록 '시장친화적인' 공모가를 제시했다고 평가 받는다.

롯데렌탈의 할인율 39.52%~24.07%는 최근 상장한 기업 가운데 주가 오르내림이 커 높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바이오 기업이 제시한 수준이다. 각각 2월과 3월에 상장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40.4%~21.0%), SK바이오사이언스(40.4%~21.0%)와 유사하다.

롯데렌탈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공모가 거품 논란을 최대한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앞서 크래프톤, SD바이오센서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 요구를 받은 뒤 공모가를 하향 조정했다. 카카오페이도 정정 요구를 받아 공모가 하향 조정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롯데그룹이 2017년 11월 롯데정보통신 이후 3년 만에 추진하는 계열사 상장인 만큼 금감원으로부터 정정 요구를 받는 것 자체가 대외적인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렌탈 상장 이후에도 호텔롯데가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만큼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 만큼 상장 이후 주가의 안정적인 관리가 중요한 것도 이유다.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상장 전 지분율은 75.49%이고, 상장 후에도 60%대를 유지한다.

롯데렌탈의 주가가 중장기적으로 상향 곡선을 그려야 본업에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호텔롯데 기업가치가 올라가고, IPO에도 청신호가 들어온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023530)(8.86%), 롯데물산(32.83%)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는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계 주주 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