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입법 예고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이하 전상법 개정안)의 적용 범위를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

23일 한국소비자법학회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연구소 소비자법센터는 '전자상거래법 적용 범위와 차등적 규율의 적절성'를 주제로 '제5회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 특별 세미나'를 개최했다.

현재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을 규제하기 위해 전상법 개정과 함께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의 입법을 추진 중이다. 전상법 개정은 플랫폼과 소비자 간 불공정 행위를 막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고, 온플법은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의 부당 거래 및 갑질을 막는 게 골자다.

'제5회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 특별세미나'의 사회를 맡은 이황 고려대 교수. /줌 캡처

장보은 한국외대 교수는 '2021년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의 적용 범위에 관한 검토'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현행 전상법은 통신판매를 중심으로 규율을 만들었기에 현 시장과 거리가 있다"며 "개정안은 현행법과 비교해 진일보했지만, 규제 범위에 대한 혼선이 우려된다. 예컨대 전자문서를 이용해 거래하면 전자상거래라고 정의했는데, 굳이 이런 정의가 필요한가 싶다. '전부개정안'이라는 명칭에 부합하도록 과거와 결별하고 앞으로 새롭게 나타날 사업 모델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세준 경기대 교수는 '전자상거래법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규모 등에 따른 차등적 규율 가능성'을 주제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안(DSA)와 비교해 전상법 개정안을 들여다봤다. DSA는 '비례의 원칙'에 따라 적용 대상을 중개서비스제공자, 호스팅서비스제공자, 온라인플랫폼서비스제공자, 대규모 온라인플랫폼서비스제공자로 구분하고, 이중 온라인플랫폼 서비스 제공자를 소상공인 또는 소기업, 온라인 플랫폼,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등으로 구별해 규제를 차등 적용하고 있다.

전상법 개정안은 온라인플랫폼 운영사업자의 신고의무(제6조)에 대해서는 차등 규율하고 있지만, 나머지 조항에서는 모든 플랫폼 사업자에 동일한 의무를 부여한다.

김 교수는 "전상법에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은 신 유형의 분쟁을 효과적으로 해결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소규모 플랫폼을 과도하게 규제해 부당한 피해를 주거나 불필요한 규제로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며 "이에 플랫폼에 일정한 기준을 적용한 차등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국내대리인 지정 의무(제19조), 위해방지 조치 의무(제20조), 분쟁해결 의무(제28조), 개인간 전자상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 의무(제29조) 등 4가지 조항에 대해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대리인 지정의 경우 DSA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플랫폼으로부터 자국의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의무화했지만, 국내 상황은 다르기에 사업자 규모에 따라 적용을 달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석동수 공정거래위원회 전자거래과 과장, 한승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화 이화여대 교수, 이봉재 대리주부 부대표, 이현재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이사의 토론이 이어졌다.

석동수 과장은 "이번 개정안은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변화한 시장에 맞춰 새로운 용어 등을 반영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변화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큰 틀에서의 변화는 지양하고 내용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분쟁해결의 의무 조항 등에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플랫폼 규모가 작다고 소비자 피해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자상거래상의 소비자 피해는 소액다수의 특성이 있기에 분쟁해결의 의무는 모든 통신판매중개업자들이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전상법 개정안이 플랫폼의 역동성을 해쳐선 안된다는 게 기본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현재 이사는 전상법 개정안이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하는 배달앱의 경우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과 파는 사람 모두가 소비자"라며 "한쪽의 보호에만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인접지역에서의 거래에 대한 연대책임 적용에 대해 이 이사는 "현행법과 동일하게 플랫폼 사업자의 연대책임을 배제해야 한다"며 "외관책임의 법리에 부합하지 않고,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보기 어려우며 입점 소상공인에게 부정적인 영향 미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화 이화여대 교수는 "거래 형태가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전상법 개정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입법의 방향성에 대해 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 특별세미나는 한국소비자법학회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연구소 소비자법센터가 주최하고,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후원하는 연속 세미나로 지난 5월 28일부터 총 6회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6회 세미나 일정은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