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커머스(소량 생필품을 1시간 내 배송) 서비스 시범 운영을 앞두고 쿠팡이츠가 자본금을 3배 확충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배민)을 쫓기 위한 출혈 경쟁이 계속되며 당분간 비용 지출이 가속화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16일 쿠팡의 배달 앱 쿠팡이츠를 운영하는 쿠팡이츠서비스는 지난 5월 중순 자본금을 20억원에서 70억원으로 3.5배 확대했다.
4월 쿠팡의 사업부에서 별도 법인으로 출범한 지 한달 만이다. 영업적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비용 투입이 계속되며 자본금이 빠르게 줄자 모회사인 쿠팡이 자금을 수혈한 것이다.
쿠팡이츠는 2019년 처음 서비스를 선보인 뒤 배민과 요기요가 97%를 점유한 음식배달 시장에서 '위협적인 3위'로 거듭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고객에겐 할인 쿠폰을 지급하고 배달기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4000~5000원 수준에서 1만 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고객 요청으로 음식을 환불하는 경우 점주의 귀책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쿠팡이츠가 대신 비용을 부담했다.
덕분에 강력한 3위 업체로 올라서는 데는 성공했지만 배민의 입지를 흔들기는 역부족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주요 온라인 사이트의 정보량을 토대로 추정한 쿠팡이츠의 배달 앱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0월 2.6%에서 올해 2월 13.6%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배민 점유율은 50.9%에서 65.99%로 올랐다. 요기요 점유율이 41.1%에서 17.86%로 낮아졌는데 배민과 쿠팡이츠가 나눠가졌다.
요기요 점유율 하락은 입점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수수료 인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요기요는 개인 사업자(12.5%)에 비해 낮게 적용했던 프랜차이즈 대상 수수료율(최저 5%)을 2019년 말부터 일부 업체와의 계약 갱신 과정에서 1~2%포인트씩 인상했다. DH가 배민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결합 승인을 위해 요기요와 배민의 시장점유율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후 공정위는 요기요를 매각하는 내용의 조건부 결합 승인을 했다.
수수료 변경 전까지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요기요에 입점하면 배민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 받을 수 있었으나, 작년부터 별 차이가 없어졌다. 배민은 자영업자와 프랜차이즈 구분 없이 월정액 광고상품인 울트라콜(월 8만8000원)과 프리미엄 광고상품인 오픈리스트(앱 가게 목록을 상단에 노출시켜줌) 수수료율 6.8%를 적용한다. 배민은 작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입점업체 지원을 위해 포장·방문 주문에 대해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정책을 도입했다. 업계에선 요기요에만 입점해 있던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배민으로 대거 이동했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계에선 이미 공고한 1위 자리를 꿰찬 배민의 아성을 신생업체가 위협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배민은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한 뒤 11년 간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입점업체(14만개)와 배달기사(라이더와 아르바이트인 커넥터 포함 1만2000명)를 확보해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객들도 타사가 할인율이 높은 쿠폰을 주지 않는 이상 갈아탈 유인이 없다.
쿠팡이츠는 그동안 단건 배달을 통한 빠른배달로 승부수를 뒀지만 배민이 지난 6월부터 같은 서비스인 배민원을 시작하면서 차별화 요인이 희석됐다. 때문에 이달 초 서울 송파구에서 쿠팡이츠 마트를 시범 운영하면서 점유율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음식배달 업체인 배민과 달리 쿠팡은 전국을 대상으로 물류 인프라를 운영하고 신선식품, 공산품 대량 구매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달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이른바 '새우튀김 갑질 사태'에 따른 후속 조치에도 비용이 상당수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5월 쿠팡이츠에 입점한 서울 동작구의 한 분식집 사장 A씨가 고객의 무리한 새우튀김 환불 요구를 받다 쓰러져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이츠가 입점 점주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난이 잇따랐고 회사 측은 악성리뷰에 점주가 직접 댓글을 달 수 있는 기능을 앱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능은 이달 중 도입된다.
영업적자를 감수하고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쿠팡 특유의 경영 방식에 따라 쿠팡이츠의 적자는 계속될 전망이다. 쿠팡의 1분기 매출은 42조686만 달러(4조7348억 원)로 전년 대비 74% 늘었으나 영업손실도 2억9500만 달러(3321억 원)로 적자 폭이 작년 1분기의 3배가 됐다. 쿠팡의 적자 폭이 확대된 건 쿠팡이츠와 로켓프레시 같은 주요 사업 분야에서 투자를 계속 늘린 영향이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