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이 안 오더라구요.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건 자영업자 죽으라는 겁니다. 사실상 살인(殺人)인 거죠. 내년이면 자영업자 중에는 최저임금 못 지키는 ‘예비 범법자’가 수두룩할 겁니다.”

경기 의정부에서 20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계상혁(47)씨는 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 1년 반 동안 매출이 반토막 났다”며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라고 했다. 계씨는 “지금도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내면 하루에 300~400명이 지원하는데, 있던 아르바이트생도 다 잘라야 하는 상황”이라며 “답이 없어서 가게를 정리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왼쪽)이 12일 밤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160원으로 의결한 뒤 회의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13일 최저임금 심의·의결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2022년 최저임금을 시급 9160원으로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올해 최저임금(8720원)보다 440원(5.1%) 오른 수준이다. 여기에 주휴수당을 포함한 실질 최저임금은 시급 1만1003원으로 사실상 1만원을 넘긴다. 이를 적용해 월급으로 환산하면 191만4440원, 연봉은 2297만3280원 수준이다. 법적으로 의무화된 연차수당, 퇴직금, 4대 보험료 등을 더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이에 자영업자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이미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생존위기를 호소하며 반발하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허희영(44)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젠 나라가 무섭다”고 했다. 허씨는 “5년 동안 카페를 운영했는데 초반에 14명이었던 아르바이트생을 7명으로 줄였고, 지금은 5명이서 운영하고 있다”며 “2019년 연 매출이 6억7000만원이었는데 작년에는 2억4000만원으로 떨어졌고, 빚은 3억원으로 늘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인건비가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한다”며 “여기서 버는 돈으로 용돈, 생활비, 학비를 보태는 학생들을 어떻게 더 자르겠냐며 버텨왔는데, 이젠 정말 정리를 해야 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단체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발(發)’ 한국 경제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안정화로 사업 활성화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인상돼 그나마 유지하던 고용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연합회는 “소상공인들이 빚으로 빚을 내 연명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서 이번 인상은 비용 상승, 일자리 감소, 폐업 증가 등 경기 악순환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도 입장문을 통해 “2020년 점포당 월 평균 매출은 4800만원인데 이 중 평균 매출이익 23%(1104만원)에서 알바비(650만원), 월세(200만원), 각종 세금 등을 제외하면 점주가 주 45시간을 일하고서 가져가는 순수익은 200만원 남짓”이라며 “편의점을 비롯한 자영업자의 현실을 외면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에 불복하며 이달 14일 오후 11시 종로와 여의도에서 심야 차량 시위를 하기로 했다.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는 2018년(16.4%)과 2019년(10.9%)에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률을 단행했다. 특히 2018년은 지난 2001년 16.6% 인상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이후 취업률 하락 등 부작용 논란으로 인상률을 둔화했지만, 상승세는 이어갔다. 2020년에는 2.9%(240원), 2021년 1.5%(130원) 올랐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오히려 고용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의 취업률은 약 4.1%~4.6%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가 상승한 최저임금을 부담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도 늘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3월 낸 ’2020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결과' 보고서에서 지난해 최저임금인 시급 8950원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319만명으로, 전체 15.6%에 달한다고 밝혔다. 2019년(338만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팬데믹 이후 최초로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단계인 4단계가 적용되는 첫날인 12일 서울 중심가의 중구 명동의 한 식당에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올해는 상황이 더 나쁘다. 앞서 소공연이 소상공인 10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도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37.4%가 최저임금에 부담을 느껴 1인이나 가족경영 형태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런 추세가 가소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종백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대외협력팀장은 “코로나19 때문에 큰 피해를 감수하고 있는 와중에 이런 소식까지 들려 너무 실망스럽다”며 “노사 의견이 팽팽했는데, 공익위원들이 너무 기계적으로 금액을 결정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김 팀장은 “이미 지난 2018년 최저임금이 16% 이상 오른 이후 고용은 계속 줄어왔고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1인 창업이나 무인화 점포가 늘고 있었다”며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고용이 힘들어진 데다가 최근 4차 유행으로 더 위축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무인화 등 업태 변화를 가속화하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 사이에서도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이씨(21)는 “최저시급이 올랐다고 하는데 오늘 점주분 표정을 보니 근심이 많은 것 같았다”며 “주변에도 무인으로 운영하는 편의점이 늘고 있는데 괜히 불안하다”고 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이용자는 “노조위원비로 먹고 산다는 노조가 최저임금 올려주는 걸 반길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요즘 알바 자리도 적은데 우리 매장의 근무 시간이 줄고 폐업까지 가는 최악의 수순을 밟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