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023530)이 이커머스 역량 강화를 위해 온라인 조직 개편을 추진하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일 열린 밸류 크리에이션 미팅(VCM, 옛 사장단 회의)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혁신해야 한다"고 주문한 이후 진행되는 첫 조직 개편이다.
롯데쇼핑은 현재 온라인 통합 플랫폼인 롯데온을 이커머스 부문 직원과 백화점·마트·슈퍼 등 각 부문별 이커머스 담당 직원이 함께 근무하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롯데온 서비스 개시 초기에는 각 사업 부문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파견 형태로 조직을 운영하는 게 안정성에서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1년이 지난 지금은 조직 융합과 디지털 전환 등 혁신 작업에 장애 요소가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롯데쇼핑은 각 부문별 이커머스 담당 직원을 모두 이커머스 부문으로 편입시키기로 결정하고, 현재 직원들에게 소속 전환 동의 여부를 묻고 있다. 다만 일부 직원들은 이커머스 부문으로 소속이 전환될 경우 현 소속보다 성과급이 줄어든다는 이유 등으로 확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롯데쇼핑 측은 이커머스 부문에 상응하는 수준의 보상책을 제시한 상황이다.
이번 조직 개편은 지난달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이 밝힌 롯데온의 '버티컬 플랫폼'화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강 부회장은 지난달 18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발을 뺀 이후 사내망을 통해 "우리가 역량을 보유한 그로서리(식료품),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전문 버티컬 플랫폼을 구축해 고객에게 명확한 방문 이유를 제시하는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버티컬 플랫폼'은 특정한 관심사를 가진 고객층을 공략하는 서비스 플랫폼을 말한다. 강 부회장의 발언은 향후 롯데온을 현행 '부문별 카테고리'에서 '품목별 카테고리' 형태로 개선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번 조직 개편을 계기로 지난 4월 취임한 나영호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대표 부사장)의 '디지털 전환' 작업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직 개편도 나영호 대표가 와서 추진한 디지털 전환의 일환이라고 롯데쇼핑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 출신인 나 대표는 취임 직후 "우리의 DNA는 디지털이어야 하고, 일하는 방식과 문화도 디지털방식에 걸맞게 변화해야 한다"면서 'DT에 방해가 되는 기존의 오프라인 관점의 제도와 프로세스, 문화를 변화시키겠다'고 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나 대표가 취임 후 롯데온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다 이커머스 역량을 집중하는 게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은 계속 모색하고, 시너지 면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온의 작년 거래액은 7조6000억 원으로 전년(각 계열사별 이커머스 거래액 합계) 대비 7%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통계청이 발표한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저조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