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양재동 코스트코 매장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김은영 기자

10일 오전 11시 반쯤 서울 서초구 양재동 코스트코 지하 1층 신선식품 매장은 장을 보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전 세계 코스트코 점포 750여 곳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거두는 곳이다.

전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1378명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매장을 찾는 이들은 증가했다. 일부 시민들은 라텍스 장갑과 비닐 장갑 등을 끼고 장을 봤다.

고객들의 카트에 공통으로 담긴 건 대용량 생수와 두루마리 휴지였다.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대비해 미리 생필품을 사두는 것이다. 2L짜리 생수 6개가 묶인 대용량 생수 3개를 카트에 실은 한 남성은 "거리두기 격상에 대비해 평소보다 생수를 더 샀다"며 "매주 주말 장을 보러 코스트코에 오는데, 다음 주에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코스트코 매장에서 만난 한 시민의 쇼핑 카트. 대용량 생수가 담겨 있다. /김은영 기자

인근 이마트 양재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특히 나이가 많은 고객일수록 생필품 구매에 치중했다. 한 70대 부부는 10kg들이 쌀 1포와 6kg짜리 수박 한 덩이, 라면 등을 카트에 담았다. 카트를 끄는 남편의 손엔 방한용 가죽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그는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씩 나와서 당분간 집에 있으려고 2~3주 먹을 분량을 담고 있다"며 "백신 주사를 맞아도 안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젊은 고객들은 과일이나 육류 판매대에 몰렸다. 한 40대 주부는 "다른 건 온라인에서 주문하지만, 과일이나 고기, 생선 등은 직접 보고 산다"며 "다음 주부터 남편이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 반찬거리를 많이 샀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이마트 양재점, 이마트 관계자가 방문객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김은영 기자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이틀 앞둔 토요일, 대형마트는 생필품을 구매하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우려했던 사재기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온라인 장보기가 활성화되면서다.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지난 6~8일, 롯데마트의 매출은 1주 전과 비교해 1.1% 상승한 수준에 그쳤다. 휴지·위생용품이 4.8%로 증가했고 과일(1.8%), 라면 등 상온 식품류(1.2%), 쌀(0.6%) 등의 판매가 소폭 증가했다. 이마트도 7~8일 생필품 매출이 전주 대비 1~2%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SSG닷컴과 롯데온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간편식과 라면, 생수, 위생용품 등의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평소 주말보다 고객이 조금 더 늘어난 수준"이라면서도 "내일이 마트 휴무일이라 오후가 될수록 사람이 더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롯데월드몰 에비뉴엘 샤넬 매장, 오후 1시 50분 기준 238팀이 대기한 상태였다. /김은영 기자

백화점과 쇼핑몰도 여느 주말과 다름이 없어 보였다. 오후 1시 반쯤 방문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은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온 시민과 쇼핑객으로 가득했다.

명품의 인기도 여전했다. 오후 1시 50분 롯데월드몰 에비뉴엘의 샤넬 매장엔 238팀이 입장을 대기 중이었다. 매장 관계자는 "지금 등록해도 오늘 중으로 매장에 못 들어갈 것"이라며 "지금 들어가는 분들은 아침 10시에 오셔서 대기한 분들"이라고 했다. 인근 루이비통, 디올 매장에도 수십 명의 대기줄이 세워졌다.

왕관 조형물이 설치된 지하 1층 샤넬 시계 팝업스토어(임시매장)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매장 밖에 '코로나 확진자 방문으로 당일 임시 휴점을 한다'는 안내문이 걸렸지만,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잠실역 인근에서 만난 한 시민은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된다니까 더 많은 사람이 놀러 나온 거 같다"며 "얼마 전 삼성동 현대백화점에서도 확진자가 많이 나왔는데, 우리 동네도 확진자가 많이 나올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방문으로 문을 닫은 롯데월드몰 샤넬 시계 팝업스토어(임시매장). /김은영 기자

12일부터 수도권에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됨에 따라 300㎡ 이상 상점·마트·백화점은 다중이용시설 '3그룹'으로 분류돼 오후 10시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기준에 해당하는 상점·마트·백화점은 2061곳에 달한다. 전국 3839개 점포 중 53.7%에 해당한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는 158개 점포 중 84곳(53.2%)의 영업시간을 오후 11시에서 10시로 1시간 단축한다. 롯데마트는 서울·경기권 59개 점포 영업시간을 1~2시간 줄인 오후 10시로 단축한다. 홈플러스도 수도권 63개 점포 영업시간을 2시간 줄인다. 주요 백화점들도 우수(VIP) 고객들이 이용하는 휴게 공간의 입실을 중지하고, 문화센터 운영 등 대면 행사를 취소할 방침이다.